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2019년 1월호(제11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2. 10. 21:45

본문

[건축가이야기]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건축가로서의 꿈, 그리고 타고난 꿈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께서 꿈에 대해 말씀하시며 제일 좋은 꿈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고민 고민하다 꿈을 썼는데 나중에 부모님이 전해 들으시곤 웃으셨죠. ‘목수’라고 썼거든요. 그 때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우리 원용이가 건축가라는 단어를 몰라서 그랬겠지”였습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저는 ‘목수가 아니고 건축가가 되어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저는 건축사가 되었고, 그 시절 꿈이었던 건축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좋았던 저는 목공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았고 뭔가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렸을 때 가졌던 그 꿈은 나의 유전자가 원했던 일이었다고 확신하여 다시 목수가 되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49세였습니다. 만약 어렸을 때 아버지가 ‘우리 원용이는 손재주가 있으니 그것을 잘 활용해서 성장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면, 저는 손재주를 이용해 뭔가를 계속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중·고등학교를 진학 한 이후 우리나라의 교육 특성상 이 부분이 단절되었고 태생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원함을 채워주지 못하니 유전자가 계속 배고팠던 거죠. 저는 달란트가 유전적 형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타고난 재능은 평생 없어지지 않고 쓸 수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제가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물어보는 첫 질문이 있습니다. “너 뭘 잘해?” 그런데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모릅니다. 즉 재능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사실 우리 교육이 재능에 대해 관심 갖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지난 시절 오로지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교육에만 포커스를 맞춰 왔으니 개인의 가능성을 키우기 보다는 집단에 적합한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해왔던 것이죠. 기계부품 바꿔 끼우듯 그런 인재를 지금까지 키워냈다면, 이제 선진국이 되었으니 바뀌어야죠. 저는 크게 두 가지의 재능이 있습니다. 첫째가 손재주이고, 둘째는 가르치는 재능입니다. 손재주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가르치는 재능은 결혼 후 아내가 발견해주었어요. 같은 것을 전달하더라도 명확하고 쉽게 잘 전달한다고 제가 교수가 되도록 이끌어 준 사람이 아내입니다. 돌아보면 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해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교회에서 고등부 성가대 지휘를 했었거든요.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맞았고 그 일을 계속했었던 거죠. 그런데도 전 그걸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재능은 스스로 발견하기 어려운 거예요. 자기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 다른 사람도 다 그런 줄 알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해야 할 제일 큰 사명 중 하나가 바로 재능을 발견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학교의 교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서 그들의 재능을 발견해주는 일입니다. 저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의식에 도전을 주는 질문을 합니다. 바로 “너 뭘 잘해?”인 셈이죠. 그 질문은 저에게도 유효해서 저의 오래된 꿈인 목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도마 만들기나 우드카빙을 하며 솜씨를 키우고 있어요. 



‘사람을 살리는 건축, 건축은 바로 사랑’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그 당시 제가 근무하던 사무실이 삼풍백화점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오후 5시 52분경 뉴스에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무슨 뉴스를 이렇게 하나, 어딘가 한 쪽이 금이 갔거나, 벽이 무너졌다든지 해야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하면 다 무너진 줄 알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저는 그래도 미심쩍어서 부리나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보니 그 상황에 정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며 바로 서울 성모병원(전 강남성모병원)으로 달려가 헌혈을 하고, 다음날부터 야간 봉사자로 오후 6시에 퇴근 후 사고현장으로 바로 가서 그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그렇게 3일 연속 구조 활동 서포트를 쉬지 않고 했습니다. 지상 5층 지붕이 지하 2층 바닥 깊이까지 내려앉았으니 아래는 완전 찌그러졌지요. 무너져 내린 틈 사이사이를 기어다니며 “살아있으면 소리 좀 내주세요!”라고 절규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생각했어요. ‘아! 건축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건축을 하면 사람을 이렇게 죽일 수 있구나. 나는 사람을 살리는 건축가가 되어야겠다.’라고요. 그래서 이게 저의 건축 철학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건축! 이 관점으로 건축을 바라봅니다. 



전화위복


 1997년 건축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바로 IMF를 맞았습니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고생길이 더 확 열린 거죠. 정말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건축사 면허증을 따니 자신감은 있어서 건축사 학원에 도면 체크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체크할 도면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하겠다고 했지만, 도면 체크비용이 1장에 3,000원으로 너무 싼 거예요. 처음에는 도면 체크 한 장에 1시간이 걸릴 정도였어요. 시급 3,000원이었죠. 자꾸 하다보니 시간은 줄어들었고 열심히 코멘트를 달아주고, 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상담해주니 어느 날 원장이 “당신 설명하는 것 들어보니 강의도 잘할 것 같다. 한 번 강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1998~2001년까지 4년 동안 건축사 학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 때 당시 우리나라 전체 합격자가 600명 정도 나온 시기였는데, 저에게 배운 사람이 60명 이상이 되었습니다. 전체 합격자 중 10% 정도의 성과를 만들었으니 잘 가르친 셈입니다. 


 그러다 경기도 모 대학의 겸임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7년간 대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생각해보면 건축사 학원에서 강의를 했던 199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저의 가르치는 재능을 활용한 직업 활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환경의 어려움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셈이었어요. 도면체크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 비로소 날개가 있음을 알았다는 얘기가 있듯이 숨겨진 재능을 아는 기회는 어려움을 가장하고 찾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아저씨 창의건축


 건축사사무소 운영하는 일과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으나 건축경기는 계속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중학교 시절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어느 수업시간에 ‘맹자의 군자삼락’에 대해 배웠습니다. 첫째는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형제가 무탈한 것, 둘째는 하늘아래 부끄럼 없이 사는 것, 이렇게 두 번째까지 들었을 때는 아무런 감동이 없었습니다. 그냥 일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세 번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말이 제 마음에 들어와 박혔습니다. ‘노년에 영재를 가르치는 것.’그 때 ‘나는 늙어서 말고 좀 더 젊어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그 때의 생각이 떠올랐던 겁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똑같이 힘들다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자며 2009년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아저씨 건축 창의 체험’을 그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신종플루가 온 거예요. 모이지를 못하니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1년 동안 준비한 후 2010년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최초로 행사를 했던 곳이 제가 설계한 안산에 있는 ‘상록 어린이 도서관’입니다. 올해 2019년이면 10년째가 됩니다. 이름을 ‘조아저씨 건축 창의체험’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길어서 최근에 ‘조아저씨 창의건축’이라고 줄였습니다. 한편 해외 수출을 고려해 ‘아키조’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창의교구와 ‘아키조 매직퍼니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


 보통 좋은 건축문화는 훌륭한 건축가에 의해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건축가들에게 일을 믿고 맡긴 소양이 있는 클라이언트, 즉 건축주로부터 시작합니다. 유럽의 고대, 중세 건축문화유산들은 모두 그렇게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좋은 건축문화의 시작은 좋은 건축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로 명명해 어린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어린이들이 앞으로 30~40년 후 우리나라의 건축주 세대가 되면 그때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건축문화선진국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좋은 건축주가 많으면 누가 수익자가 되느냐,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을 하면 그 일에 대한 수익자가 발생하거든요. 전 제일 첫 번째 수익자가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을 여행할 때 90% 이상이 건축물을 보러 가는 거죠.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보러간다면 건축물을 보며 가우디의 향기와 그곳에 있었던 자취를 느끼고 싶어서 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좋은 건축물이 많아지면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며 관광 수익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수익자는 국민들입니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아지면 당연히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거든요. 


 세 번째는 건축과 관련한 산업체와 단체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수익자가 저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수익자가 혼자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생각한 사람이 실천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먼저 시작했지만, 우리 국민 모두를 좋은 건축주가 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은 사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건축사협회 조차 미래인재는 건축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로 보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건축사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를 잘 만나야하는데 클라이언트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의 리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죠. (10년째인데 이 일에 같이하는 사람이 없나요?) 거의 없죠. 개인적으로 하거나, 기관이나 단체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봉사활동으로 하는데 이건 봉사일 뿐입니다. 저는 이것을 봉사가 아니라 산업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선순환이 되니까요. ‘조아저씨 창의건축’의 퀄리티를 유지하고자 이 일을 아들에게도 권했습니다.“너도 조아저씨 아니냐, 아빠가 길을 만들테니 너는 그 길을 잘 닦으면 어떻겠니? 너도 건축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 아들도 건축을 전공하고 있고 저와 사업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 우리나라 건축 산업이 매우 유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과거 부실했던 건축물들의 한계수명이 있기 때문이죠. 그 건물들을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때가 머지 않았어요. 


 2017년에는 세계 건축인들의 큰 축제인 UIA 세계 건축사대회가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브랜드인 아키조(Archijoe)가 어린이 청소년 건축교육상인 골든큐브어워드(Golden Cubes Awards) 한국대표로 선정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만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가르쳤던 공을 인정받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건축교육 분야 국가대표로 뽑힌 셈이지요.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일종의 소명이지만, 제 사업의 관점에서는 효율이 낮습니다. 그런데도 의미가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라고 생각해 왔는데 10년이 되는 올해는 좀 더 숙성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아키조 블록


 덴마크에서 레고를 만든 사람은 벽돌공이었습니다. 저는 레고는 유럽 사람의 유전자가 들어 있는 건축교구라고 생각합니다. 벽돌과 돌을 쌓아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는 ‘벽돌은 절대 비뚤게 쌓으면 안돼’라는 유전자가 있는거죠. 이 유전자를 담아서 만든 레고는 절대 비뚤어질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의 DNA가 들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유럽과 달리 기둥과 보로 건축의 뼈대를 세우고 벽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필요에 의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이에 우리나라에 맞는 건축교구를 만들어야겠다 한 것이 바로 ‘아키조 블록’입니다.“덴마크에는 레고, 스웨덴에 이케아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아키조가 있습니다”바로 이게 제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이것을 제 당대에 승부 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후대까지 가업으로 이어나가길 바라는 거죠. 외국 회사인 프뢰벨이나 몬테소리도 건축과 창의력 전문가가 아닌, 어린이를 사랑했던 사람들입니다. 당대 사람들의 것을 후대가 이어나간 것이죠. 제가 만든 아키조 블록은 매우 단순하게 생긴 나무 조각입니다. 한 가지 모양밖에 없어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가 있으면 창의력이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마, 아빠의 착각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것을 반복 사용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아키조 블록이 ‘젠가’처럼 생기기도 했죠. 하지만 그것하고는 개념이 다릅니다. 비밀은 비율입니다. 가로 4cm, 세로 2cm, 높이 1cm 즉 4:2:1의 비율입니다. 2개를 쌓으면 옆으로 세운 높이와 같고, 4개를 쌓으면 세로로 세운 높이와 같게 되어 어떻게 쌓아도 다 쌓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감성을 담아 레고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섬세한 디자인들을 만들어 낼 수 있죠.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자기 집을 지어 봐라”, “도시계획을 해볼까?”, “한정된 재화로 우리 목적한 것을 만들어보자”라고 하면 아이들은 재미있게 집중합니다. 언뜻 보면 유치원생들이나 가지고 놀 것처럼 보이지만, 보통은 중·고등학생이 정말 좋아해요, 성인들도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집중력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치매예방을 위한 노인용 교구로도 활용이 가능하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기에 아키조 블록을 누구나 즐겁게 활용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키조 매직퍼니처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 공간은 아키조 매직퍼니처라는 가구로 만든 건축공간입니다. ‘가구는 작은 건축이고, 건축은 큰 가구다.’라고 생각하는데요. 가구와 건축은 매우 유사하고 기능도 비슷하죠. 그런데 그간 가구와 건축은 완전 별개의 목적물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건축주가 되게 하기 위한 디딤돌의 개념으로 건축보다 좀 더 접근하기 쉬운 가구를 생각하게 됐고, 누구나 전동공구 없이 맨손으로 끼워 조립하며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술처럼 쉽게 가구를 만들 수 있으며 전동공구를 사용하지 않고 빠르게 조립할 수 있어요. 게다가 확장과 변형이 자유롭고 이사할 때는 모두 분해해서 부피를 아주 작게 줄일 수도 있어요. 어려서 가구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 어른이 된 후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도 아파트 문화를 벗어나서 자신의 집을 짓고 사는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 그럴 때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문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프라이버시 공간은 안 여닫이문, 피난과 연결된 공간은 바깥 여닫이문, 화장실은 프라이버시 공간이지만 고혈압 환자가 있는 경우는 바깥여닫이문 등 건축사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이런 생각들이 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사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격증은 따지만 이런 것을 배우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한 것도 삼풍백화점 붕괴를 보며 나온 것이죠. 사소해 보이는 것을 사소하게 보지 말아야 합니다. 계단의 도는 방향도 시계 방향으로 돌 것이냐, 반시계 방향으로 돌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계단은 내려가는 것을 기준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도록 설계하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심장과 뇌를 보호하려고 하는 게 본능인데,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구부려 숙이는 방향이 바로 반시계 방향입니다. 본능이 원하는 방식으로 계단을 설계한다면 화재시 대피가 용이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자신도 피난에 불리하고 혹여 익숙지 않은 방향으로 피난하다가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뒤따라오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위험이 될 수 있어요. 사람을 위해 건축을 하지만, 그 건축이 오히려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위난 시 피난을 방해한다면 나쁜 건축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주의 의식과 소양으로부터 시작함을 꼭 아셔야 합니다. 




인터뷰 내내 ‘타닥 타닥’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포 조원용 건축사의 작업실에 자리 잡은, 보기에도 엄청나게 큰 난로가 추운 겨울 화목을 태우는 소리였습니다. 정겹기도 하고, 한편으론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애타는 마음의 소리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조원용 건축사는 사람와 건축, 건축과 가구, 다시 가구와 사람을 연결시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큰 구성, 즉 전체를 보는 홀리즘(holism)으로 생각과 현실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건축사사무소, ㈜ 창의체험 조원용 대표
archicwy@naver.com/archijoe.com
031-987-2028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1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