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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그 설레임과 무모함이 어우러진 도전에 관하여…

2019년 3월호(제11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4.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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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토리]

창업, 그 설레임과 무모함이 
어우러진 도전에 관하여…

 전문 글쟁이가 아닌 나에게 글을 써 달라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물론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사람이 타락해가는 건지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아예 이걸로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에잇! 순간 터부시하던 속내를 들킨 듯하다. 난 늘 멋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지.

 글 쓰는 것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애인도 없던 젊은 미혼 시절, 나는 그 당시 내가 일하던 곳을 떠나면서 생겨난 한 때의 자유로운 공백을 활용해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강원도 태백을 첫 목적지로 정하고 동해안을 돌아 남해안까지 갔던 약 3주간의 도보여행. 걷다가 힘들면 차도 얻어 타고, 운 좋은 날은 인심 좋은 시골집에서 넉살좋게 밥도 얻어먹으면서, 밤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물어 눈치껏 찾아간 어느 집 문간방에 몸을 뉘이며 혼자서 여행을 했었다. 하루를 마칠 무렵, 때론 길가는 중간중간 철썩이는 파도를 보면서 돌무더기에 걸터앉아 나는 사색과도 같은 글을 썼었다. 혼자여서 한편 외롭고 심심하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동안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고, 이 때의 기억은 지금의 내 삶의 태도가 정착되는 데에도 일조했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은 마음이 원해도 이와 같이는 할 수 없는, 이제는 청년이 아닌 내 인생에서 아련한 기억의 지평 너머에 있지만 잊혀질 수는 없는 내 젊은 날의 초상이다.

 사실 부탁 받은 원고의 주제도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다. ‘창업’에 관한 에피소드를 써 달란다. 내가 창업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직은 규모도 작고 또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 초짜인데 말이야. 차라리 직장생활에 대한 권면을 써 달라고 하지. 그래도 꽤 열정적이고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했었기에 오히려 그 쪽에서 더 할말이 많을텐데 말이지. 이제는 꼰대 축에 들기 십상인 내가 쓰는 ‘창업’에 관한 글이 과연 얼마나 읽는 사람의 가슴에 와 닿을는지 조금 두려워졌다. 하지만 뭐, 친한 척 요청 받은 대로 글을 쓰려고 생각을 가다듬어 본다.

 직장 시절, 나는 나름 꽤 열정적으로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패기가 넘쳐 계속 고집을 피우다가 복지부동 꼰대에게 밉보여서 목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고, 이런 나를 좋게 봐준 상사들의 구원으로 한때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직장은… 정글이다. 좋은 일자리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은 아니다.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고 개중엔 정말 나쁜 놈!들도 있다. 평가에 따라 보상과 생존여부가 달라지는 긴박함이 연속되는 환경에서, 정말이지 이 땅의 직장인들은 꿈을 잃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땅의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나는 내가 일하던 회사의 몇몇 계열사들이 어려워지면서 직장 생활의 말년을 힘들게 보냈다. 때로는 사업을 정리하고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역할을 맡기도 했다. 나름 정치하지 않는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솔선수범 하려고 애썼지만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꼰대가 되어갔음도 부인할 수 없다.

 선택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퇴직 후 내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던 중, 정말 괜찮은 자리를 제안 받았다. 나름 내가 꽤 잘 아는 영역이었다. 내 아내는 얼마나 간절히 내가 그리로 가기를 원했을까마는 나는 안정적인 듯 보이는 그 자리를 정중히 거절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체계화된 커다란 조직 내에서는 익힐 수 없었던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안정된 직장에서 누리던 좋은 타이틀과 혜택, 안정적인 보수를 포기하고 오롯이 나의 힘으로 이를 만들어가는 험한 길을 가기 시작했던 것. 지금처럼 암울한 경제 환경 속에서 이만하면 선방했다고 한편 위안도 하지만, 아직은 과거에 누리던 것만은 못한 여러 가지를 보면서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 말을 하고 있는 오늘의 나 자신을 보면 이전보다는 조금 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겨난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의 인생은 설령 그리 대단치는 않을지언정 그래도 죽는 날까지 의미 있는 행보가 이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이 몹시도 잘 팔렸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 열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보도도 연일 이어진다. 험하고 힘든 이 시대의 자화상인 듯하여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동일한 시대에도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른 법. 인간에게는 자의식이 있지 않은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은 어쩔 수 없다지만, 누구든 좋아하고 가치 있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쏟고 열심을 내는 법이다. 열정과 재미 중 어느 것이 먼저일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해도 안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젊은이들에게 열정을 다해 인생을 도전하기를 권면하고 싶다. 그것이 때론 꼭 창업은 아닐지라도, 다시 올 수 없는 청춘을 바쳐 열정 있는 삶을 살고, 그 대가가 돈이든, 명예이든, 재미이든, 아니면 아름다운 시행착오이든지 무엇 하나 남기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물론 그 대가는 보장되지 않는다. 열정 페이로 끝날 수도 있고 운 좋게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한번 해볼 걸’이라는 미련보다는 나을 것이다.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자신의 몫이고 이를 위해 한순간 부속품 마냥 숨을 죽이고 어딘가에 속해 무엇을 열심히 배우는 것도 긴 인생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언제나 결단의 순간이 온다. 나는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이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에 쉽지 않은 이 길을 선택했고 아직까지는 이를 후회하지 않고 있다.

 나는 아직 인생의 성공이라고 말할만한 결과를 이뤄낸 사람이 아니다. 아직 불안한 미래의 리스크와 꿈을 함께 안고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희망 고문과 같은 각종 미사어구로 포장된 말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이 시대의 일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도전하고자 고민을 하고 있는 아저씨이며,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이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고 한다. 들어가 보면 순식간에 돈 버는 비법들이 넘쳐난다. 이중엔 사실도 있을 것이고 단지 자기 채널에 대한 구독자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꼼수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엔 안 그랬는가? 시대를 막론하고 이를 분별하고 노력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창업하는 새내기들을 위해서 조언을 해 달라고? 멋진 척, 말 한마디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세상에 쉬운 답은 없다. 청춘들이여. 모두가 다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폴로 13호라는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한 대사처럼 ‘Successful Failure’도 값진 경험이다. 한번 도전해볼만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진야드 코퍼레이션 김지영 대표
dearskoal@outlook.com / www.allexica.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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