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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보다 밀도 높은 사랑을 표현하며 즐겁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 보여주기

2019년 5월호(11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5. 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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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아이들]

죄책감보다 밀도 높은 사랑을 표현하며 
즐겁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 보여주기

워킹맘들이 회사 선택에 크게 실망하는 때는, 첫째를 낳고나서일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왜 진작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회사로 이직하지 않았나’하는 후회를 했었답니다. 평상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방학이 있는 교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워킹맘의 아이는 일찍감치 단지 내 어린이집에 이름을 올립니다. 저는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해야 하는 회사를 다닌지라, 첫째를 낳고는 시어머님의 손에, 둘째를 낳고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이 지나 잘 걷지도 못하는 시점에 둘 다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버버’ 말할 시점에 어린이집을 입소하는 아이. 미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워킹맘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합니다.
남편과 저는 번갈아가며 퇴근 후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를 데려옵니다. 하지만 야근이 잦아지면 저녁시간에도 베이비시터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희집은 둘째가 생후 4개월부터 8살까지 4~5명의 이모님을 거쳐 왔습니다.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큰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가끔은 엄마보다 이모님을 따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서운함이 물밀듯이 밀려오기도 했었죠.

아이가 세 돌이 될 시점, 아이도 이제 뭘 아는지,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샤브작 샤브작 거리는 엄마의 소리에 아침부터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엄마 회사가지 말라며 울어대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참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는 아침마다 저는 도둑고양이가 됩니다. 살짝 일어나, 살짝 씻고, 옷 입고, 문을 열고, 조심조심 걸어 현관문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하루는 아파트 동 앞을 지나쳐 가다 머리 뒤에서 익숙한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 7층인 우리 집을 보니 놀라운 광경과 함께 아이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베란다에 나와 창살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쭈그려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엄마가 떠나가네,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사랑해요 ”헉... 눈가가 뜨거워지며 눈물이 울컥 쏟아집니다. 아이가 나를 저렇게 찾는데, 나는 회사를 가야 할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킹맘의 아이로 태어나서, 엄마를 그리워하는 순간을 어린 시절부터 맞이하게 된거죠.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중요한 시점에, 아이에게 얼마나 큰 슬픔일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저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월급만으로 생활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뿐더러, 회사에서 팀장으로써의 책임감과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 가계의 경제적 상황들을 고려하면서 감성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변하지 않는 선택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워킹맘은 항상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되나 봅니다.
퇴근 후 집에서 아이와 있을 때,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전업맘과 같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이라도 양보다는 질, 밀도 높게 아이와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에 퇴근할 때면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지 궁리를 합니다. 마트에서 장볼 때도, 전단지 몇 장을 챙기며 종이로 식자재를 오려 마트놀이를 할 계획을 짜고, 아이가 관심있는 레고 블록을 시리즈로 사서 놀며,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들과 함께 뽀로로 책상에 음식들을 차려 자주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지나고 보니, 그런 순간이 예쁜 기억들로 새록새록합니다. 그렇게 워킹맘의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시간과 상대적으로 짧지만 밀도 높은 엄마와의 교감을 느끼는 두 가지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워킹맘인 저는 회사에서 줄곧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토대로 3년 전 「여성 소셜마케팅으로 시작하라」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 아이는 엄마의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날 아이는 
“엄마, 나 엄마처럼 책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 
“응. 만들면 되지, 무슨 내용으로 만들고 싶니?”
“내가 좋아하는 인형인 뿌잉이에 대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럼 한번 만들어봐”
이런 대화를 이어가며, A4 용지 몇 장을 반으로 접어서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아이는 등장인물을 뿌잉이로 잡아 각 장마다 스토리를 넣어 뿌잉이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색연필로 색칠도 하고, 입체형 책자라며 중간에 구멍도 뚫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자. 제목은 「하늘을 나는 뿌잉이」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뿌잉이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뿌잉이가 하늘을 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그렇게 엄마는 책을 출간하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마케팅을 하는 엄마라 블로그, SNS 등도 꾸준히 운영하는데, 또 어느날 
“엄마 나 블로그도 알려주세요. 엄마처럼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어요.” 
라고 하더군요. 아이의 블로그를 셋팅해 주며 아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로는 자신의 일상이나 가족여행을 갈 때면 줄곧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있답니다.

또 한해가 지나, 이제 유튜브를 하고 싶답니다. 스마트폰을 주며 영상을 찍어 편집하는 법을 알려주니, 둘째와 함께 영상촬영 플랜을 짜며, 킥킥 거리고 뭔가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둘이 나타나 오레오를 주며 “엄마 이거 먹어봐요!”라고 이야기 합니다. 둘째가 자기 오레오를 먼저 집어 먹는데, 갑자기 퇴하며 뱉어냅니다. 첫째는 큰 소리로 웃으며, 이중 몰카라고 외쳐댑니다. 아마 엄마를 골려주기로 해놓고, 둘째 오레오까지 와사비를 넣은 모양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유튜브에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이야기를 해주는게 좋아. 너의 생각에는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니?”
“베타 피쉬 물가는 것을 보여주면 어때요?”
“응. 좋아 그걸로 해보자.”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베타 피시의 물가는 법을 영상으로 찍어 올립니다. 
그런데 며칠 후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 나 유튜브 안할래요”라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알고 봤더니 누군가 유튜브에 악플을 올려 놓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악플에 상처를 입고, 유튜브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꺾였습니다. 
“아인아, 인터넷에는 어디든 안 좋게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어. 그 댓글을 너무 의식하지 않는게 좋아. 너는 좋은 뜻으로 한거고, 그 영상이 그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된거야.”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영향으로, 책도 내고, 유튜브도 하고, 블로그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엄마를 닮아 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열심히, 적극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엄마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커 가는 듯 합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옆에 끼고 살지는 못했지만 퇴근 후의 시간이라도 밀도 있게 교감하며 지내온 우리의 시간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아이로 자라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바쁜 엄마는 아이가 자신을 보고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하며,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아이와 교감하고 대화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의 삶에 진정한 주인이 되어,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일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상에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소망해봅니다.

세상에 나를 알리는 시간 <세나시 브랜딩 스쿨> 운영 
블로그 blog.naver.com/goyha 
인스타그램 @goyha_choi 

11년 워킹맘, <공감마케팅 연구소> 대표 
공감마케터 최은희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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