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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저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고요함 속에 오직 과녁과 나만 남아요!

삶의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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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태극낭자]

오직 저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고요함 속에 오직 과녁만 남아요!

- 양궁 국가대표 올림픽 2관왕 장혜진 선수 -

 

  사실 양궁하면 축구나 테니스, 배드민턴같이 우리 생활에서 그리 친숙한 운동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4년마다 우리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종목이기도 하죠. 작년 리우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 장혜진 선수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래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장혜진 선수를 인터뷰하는 의미가 어디에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세계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꿈꾸고 있을지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내가 선 자리에서 최고의 삶을 살아낼까를 고민하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장혜진 선수가 손수 타온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는 시작되었습니다.

 

 

▶ 양궁을 하면서 슬럼프나 힘든 시기가 있었을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장혜진 하면 다들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알고 계세요. 제가 뒤늦게 대표가 되었거든요. 보통 잘 쏘는 선수들은 소년체전메달을 다 몇 개씩 가지고 있는데 저는 출전도 한번 못했어요. 그 정도로 실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던 거죠. 성적도 별로이고 활을 잘 쏘지 못했지만 양궁은 재밌었어요. 그래서 그만두지 못했죠.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하다 활을 바꿀 때가 되었어요.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도 자신한테 잘 맞는 악기와의 교감 같은 게 중요하다죠? 이상하게 장비를 바꾼 후에 갑자기 기록이 확 오른 거에요. 그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죠. 그 뒤에 국내대회 메달을 처음 땄어요. 이후 실업팀에 오게 되었고 2010년도에 처음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표가 되고 나서 오히려 더 힘들었어요. 비록 성적은 잘 나왔고 최고의 자리에도 있지만 늘 압박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하기 싫다는 감정이 올라오곤 했죠. 한국 여자양궁이 리우올림픽에 8연패를 했는데 1등을 하는 것보다 선배들이 이룬 1등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 장혜진 선수가 생각하는 양궁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시합을 하든, 연습을 하든 제가 쏴서 과녁을 맞추는 것이 양궁이기에, 코치님이 아무리 잘 가르쳐주고 알려주어도 기술은 제가 받아들이고 제 느낌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런 자세를 미리 마음으로 생각하고 매일 똑같은 연습을 하는데 사람 몸은 매일 컨디션이 달라지거든요. 이렇게 항상 몸이 달라지는 와중에 10점을 쏠 때의 그 짜릿함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시합에 나가 사선에 서 있을 때 100명이 넘는 선수들이 기록경기를 해요. 그중에 1등을 뽑고 2등을 뽑아 메달을 주는데 그런 대회를 할 때에 남들이랑 경쟁하지만 실은 저 자신과의 경쟁이 핵심이거든요. 이렇게 저 자신에게 몰입이 되어 10점을 쏠 때의 그 느낌이 양궁의 매력이에요.


▶ 시합할 때의 몰입은 어떤 건가요?
  사선에 서 있으면 집중을 넘어선 ‘몰입’을 하게 되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와중에 제가 몰입을 하면 옆에 있는 것들이 잘 안보여요. 오직 저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고요함 속에 오직 과녁과 나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마치 터널 안에 있는 것 같죠. 그런데 저는 집중력이 남들보다 약한 편이라 연습할 때는 그런 몰입이 잘 되지 않아요. 성격이 덜렁거리는 편인데 그게 어떻게 보면 장점이라고도 볼 수도 있고, 그런데 실전에서 더 잘하는 것 같아요.


▶ 여자 양궁이 8연패를 했어요. 남자들끼리의 우정, 모험 이런 예들은 종종 있는데 여자들만의 단합, 동지애는 특별할 거 같아요.

  모르겠어요. 딱히 그런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저희는 겨울 대표팀에 들어오면 매일 활 쏘고 아침에 세수안한 얼굴로 같이 보고, 같이 자고, 가족보다 더 함께 오래 있는 게 대표팀 선수들이거든요. 그래도 팀웍을 얘기해본다면 단체전 할 때 3명의 선수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쏘는데 3명이 서로를 믿어야 해요.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면서 3명이 다짐했어요. ‘시합에서 누구 하나가 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절대 당황하지 말고 설사 내가 실수를 해도 뒤의 선수를 믿고 마음이 움츠러들거나 좌절하지 말자. 또 내가 잘 될 때는 당당히 리드하는 것으로 하자’고 미리 호흡을 맞추었어요. 그런데 모두 컨디션이 좋아서 상승효과가 있었죠.

 


▶ 그렇게 한 팀이 되어 단체전을 하다가 개인전을 할 때는 어떤가요? 동지인데 경쟁자가 되는 상황이잖아요.
  대표팀 선발전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그 중에서 살아남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요. 4강에서 기보배랑 저랑 대결을 했잖아요. 그런데 사선에 들어서면 보배는 보배가 할 일을 하고, 저는 제가 할 일을 하는 것이죠. 사선에 들어서면 상대 의식할 거 없이 무조건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 어떤 경쟁을 거쳐서 대표팀에 참가하게 되나요?
  국내 여자실업팀에 120명, 고등학생이 200명, 대학생이 100명 가량 있어요. 그 중에 대표선발전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려면, 4월부터 시작하는 국내대회를 9월까지 해서 64명을 뽑아요. 고등학생부터 실업팀까지 각자 점수제를 두지요. 그 64명이 1~3차까지 경기를 통해 8명이 됩니다. 그 8명이 현재 국가대표팀 8명이랑 동계훈련을 각자 하다가 3월부터 선발전을 16명에서 시작을 하지요. 두 번의 선발전으로 8명을 뽑고, 그 8명이 또 두 번의 평가전을 통해 합산을 해서 4명으로 되고 최종 3명이 선정됩니다. 작년에는 3명이 올림픽에 나가고 올해 세계 선수권 같은 경우에는 4명이 선발된 상태입니다. 이 4명이 또 월드컵을 다니면서 경쟁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 3명에 선발되기까지요.

 

▶ 그런 선발전을 거치고 대회에서 최고가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감이죠. 하지만 자기가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느냐, 아니면 그것 때문에 포기하느냐 그것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바로 멘탈, 정신력이죠.


▶ 장혜진 선수는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나요?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 계획이라면?
  목표는 늘 가지고 있죠. 2012년도에 제가 4등으로 런던올림픽에 출전을 못하고 보배가 경기하는 것을 TV로 봤어요. 그 때 나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 뒤로 1년을, 저를 바꾸려고 준비를 했어요. 이전까지는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게 없었어요. 주위에서 “독해져야 한다. 물러 터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지 말고 눈에 힘주고 쏴야 한다.”했죠. 처음에는 이런 조언이 제게 도움이 될까 했는데,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돌아보니까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그 뒤부터 제가 변하려고 했죠. 그전까지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연습이며 시합을 했다면, 그 뒤에는 작고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해서 실행했어요. 팀 감독님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고집을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감독님의 조언을 듣기보다, 이 정도로 잘 했는데 왜 더 요구하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예요. 저를 바꾸려고 조언을 듣고 더 열심히 했을 때, 기록이 나아지고 자신감이 생겼죠. 2013년엔 선수권에서 메달을 땄고, 그 뒤로 목표가 확고해졌어요.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겠다고요. 그 이후, 아시안 게임에 또 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주위에서 받는 관심이 자신감이 되고, 올림픽은 더 재밌겠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 양궁이란 종목이 동양 사람에게 더 유리한가요? 한국양궁이 이렇게 8연패를 하는 이유가 뭐죠?
  겉에서 봤을 때 기술적인 부분은 거의 비슷하다고 봐요. 그런데 속에서 느끼는 감각은 지도자랑 소통하면서 더 배우고 발전시킬 수 있어요. 한국 지도자들이 외국 나가서 외국선수를 가르치면 한국말로는 굉장히 다양하게 표현하며 지도할 수 있는데, 영어에서는 그 선수들이랑 소통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 세세한 감각을 터치해주지 못하니 그런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쏘던 선배님들이 지도자가 되고 그 지도자를 통해서 경험이 후배 선수에게 계속 전달 되는 점도 큰 거 같아요. 최고를 이룬 사람들이 모여 지도자그룹을 이루고 그런 노하우가 역사를 이어가며 전수되는 것이 한국양궁의 강점이죠. 그런데 외국에서는 잘 쐈던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만을 가지고 가르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장비 만지는 것을 한국이 잘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봐요.


▶ 선수에서 지도자로 다시 양궁 활을 만드는 사업가로 변신한 ‘윈앤윈’박경래 대표님도 있는데, 장혜진 선수 제2인생은 어떻게 생

    각하나요?
저는 LH 소속으로 메달을 따면 선수생활 후에 내근직으로 근무할 수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솔직히 양궁을 20년 했는데 또 지도자가 되는 게 싫어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내근직으로 들어가기가 싫더라고요. 양궁으로 최고까지 가 봤는데 양궁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고 그런 역할을 외국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복음도 전하고 싶은 생각을 했어요.

 

▶ 양궁을 통해서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절박하면 의지할 곳이 필요하잖아요. 전 모태신앙은 아니고 시간나면 교회가는 정도였는데 국가대표가 되고부터 힘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 성경말씀을 카톡으로 보내주시고 그런 영향을 받다보니 열심히 믿었죠. 그렇게 믿음을 가지고 했을 때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가 욕심을 가진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평안함을 체험하고, 시합이 끝나고 나서도 좌절하지 않으니까 다음 시합을 준비하면서도 도움이 되었음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20년 양궁을 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게 장혜진 선수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금전적인 상황이 좋아진 것? 그래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런데 금메달이 별건가요? 제가 올림픽 메달을 땄다고 해서 이게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올림픽은 올림픽이지 메달을 땄다고 해서 내가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최선을 다했고 그로 인해 주는 상 정도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 메달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특히 복음을 전할 때에 끼치기를 소망하지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모르겠어요.

 

  장혜진 선수의 모습을 짧은 시간이나마 옆에서 지켜보며, 한 길을 20년 동안 묵묵히 파서 결국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고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길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내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릉선수촌을 떠나오는 길에 다른 사람을 시기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자기의 길을 가면서 최고를 이루고, 그렇게 최고를 이룬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는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 많아지길 소망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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