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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요리! 답 없는 요리가 정답!-어린이요리교육 전문가 심진미-

2020년 4월호(12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5. 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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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요리! 답 없는 요리가 정답!

어린이요리교육 전문가 심진미

 

아동요리를 아시나요?
보통 ‘아동요리’하면 쿠키나 빵 만들기, 음식 꾸미기 정도를 가르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진짜 밥 짓기에서부터 된장찌개 끓이기, 나물, 생선 다듬기 등 원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요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차려먹을 수 있는 밥상은 스스로 차려먹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단순한 요리방법 뿐 아니라 영양과 건강 그리고, 창의력과 미래의 생존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가르칩니다. 저는 원래 유아교육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뭘 해줄까 고민하다가 요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아교육에서 하고 있던 요리는 너무 단순한 것이기에 요리를 새롭게 접목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자살하는 아이들, 우울증이 심한 아이들,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가 심한 아이들의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먹거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먹거리에 대한 교육이 너무 잘못되어 있어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망치고 있거든요. 그래서 좋은 먹거리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8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어머니들의 반응은 ‘아이들이 싫어하는데 이걸 왜 만들어요?’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아는 쿠키와 빵 만들기 등을 요구하셨지요.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설탕 덩어리인 빵, 쿠키보다는 건강한 먹거리가 좋지 않을까요?’라며 거듭 설득하면서 빵 만들기와 전통요리 및 자연식 만드는 것을 절반씩 병행하니, 차츰 어머니들이 좋아하며 한식 메뉴를 더 넣어달라고 요청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처음 접하는 어머니들은 한식보다는 빵 만드는 베이킹 쪽을 원한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쿠키, 젤리 많이 먹지마라!”라고 잔소리처럼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과자나 젤리를 같이 만들어보면, 이런 단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설탕과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아이들이 직접 보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먹더라도 2~3개 정도만 먹고, 우유와 과일 같은 것을 같이 먹어야 영양소가 골고루 분배된다는 것도 가르칩니다. 직접 눈으로 경험해보면 ‘아~ 이래서 적게 먹어야 되는거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이것만큼 좋은 먹거리 교육은 없는 거죠.


교육요? 답이 없는 요리가 정답이죠!
아이들이 과연 잘 만들어 먹을 수 있을까, 자신들이 만든 것이 먹을만할까 의구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 아이들과 요리를 해보면 오히려 어른들보다 훨씬 창의적입니다. 먹는 것과 만드는 것은 본능과도 관계되고, 표현의 한 부분이기에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는 재미 요소로 작용한답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50~80분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완성도나 맛은 떨어질 수 있어도 자기 스스로 만든 것에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각자의 요리를 인정하며 칭찬해줍니다. 그리고 혹시 음식을 태우더라도 “왜 태웠을까?”라고 질문하며 다음번엔 덜 태울 수 있도록 그리고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조언을 하는 거죠. 중요한 것은 어른의 시각으로 결과물을 판단하기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 결과물에 대해 오히려 선생님과 대화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거죠. 스스로 자신이 만든 것이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기도 하고, 그래서 선생님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고도 합니다. 


요리라는 것은 하는 사람마다 결과물이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치찌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선생님은 돼지고기를 넣더라도, 대신 해산물을 넣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요리를 하며 아이들에게 정해진 답은 없다고 이야기해줍니다. 기본을 알려주지만, 각자가 자신이 만드는 요리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고 자기만의 생각을 직접 표현해 볼 수 있기에 요리가 아이들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다양한 결과물을 먹어보면 편식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답니다. 아이들은 어떤 맛이 나는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더 먹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철 시금치는 아무런 간을 하지 않아도 데치기만 해도 맛이 있지요. 거기에 조금만 조물조물 양념을 하면 시금치를 잘 먹지 않던 아이들도 먹게 돼요. 그리고 시금치나물에도 아이들이 넣고 싶은 것을 넣을 수 있으니 다양한 시금치나물이 가능한 것을 깨닫게 된답니다. 시금치 하나로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답이 없는 요리가 교육의 답이라 생각합니다.

 

 

아이 건강문제의 주범은 무지한 식습관
재료의 밑 손질은 미리 제가 다 해놓고, 되도록이면 원물을 많이 보여주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양파를 보여주면 “감자? 마늘이에요?”라고 해요. 가공이나 손질된 재료만 보니까 원물은 잘 몰라요. “밥은 뭘로 만들까요?”라고 물어보면“밀가루요. 전자레인지요”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쌀과 물, 냄비만 있어도 밥을 할 수 있는데 다들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니까요. “엄마가 밥 없을 때, 햇반에 스팸이랑 김 먹으래요”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햇반도 인스턴트, 스팸도 인스턴트, 김도 나트륨 덩어리거든요. 엄마 말대로 이걸 먹은 아이는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운 거죠. 이런 식습관이 아토피, 소아비만, 소아당뇨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햇반은 십분 도미를 한 백미를 사용한 인스턴트식품이기 때문에, 구분도미를 한 맵쌀이나 현미보다 소화는 잘 되지만 영양소는 훨씬 적은 탄수화물 덩어리라는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스팸에는 성분표시를 설명해주면서 어떤 고기가 들어있고, 어디에 안 좋은지 설명해주면 “그럼, 김은 괜찮지 않아요?”라고 질문을 하지요. 하지만, 김도 소금이 뿌려져 있는 나트륨 덩어리이기 때문에 이걸 해소해주기 위해서는 나물이나 과일 종류를 먹어주어야 하는 것을 알려줘요. 혹은 오이, 당근 스틱이나 우유, 물 등을 마셔주어 희석해주면 좋다는 것을 영양학적으로 가르친답니다. 


조각 케이크 하나에 설탕이 50g 정도 들어있어요. 그러한 케이크 하나에 과당 음료 하나, 젤리에 과일을 좀 주고 아이들 끼니를 때웠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식습관으로 자란 아이들은 과한 행동을 하거나 아토피, ADHD 등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을 절제시키기 위해 젤리나 사탕을 주는 것은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부모님들이 잘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교육을 받아본적 없는 부모 밑에서 커가는 아이들은 더더욱 모르겠죠. 그래서 부모님들과 유치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도 이런 교육을 한답니다. 


통조림과 인스턴트식품은 전쟁과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일시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영양학적 관점으로 보면 정말 추천하지 않는 음식입니다. 한마디로 영양소 공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이란 이야기지요.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비록 신선하지 않더라도 냉동고기나 냉동생선, 그리고 채소와 같이 집 밥을 잘 차려먹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요즘 몸만들기가 유행하면서 건강보조식품이나 닭 가슴살 같은 것들을 많이 먹는데 거기에는 첨가물이나 방부제가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환이나 캡슐로 된 농축물들은 그 속에 이런 첨가물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차라리 홍삼을 사서 직접 뜯어먹는 게 더 낫지요. 아이들에게 식품을 살 때 어떻게 사야 하는지, 식품성분표를 보고 첨가물이 덜 들어간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알려주어 건강한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가난한 아이들도 건강한 먹거리를 해먹을 수 있는 세상
아동요리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주로 가르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이런 요리 교육은 의무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10개의 요리를 마스터하고 시험을 합격해야 졸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도 밥짓기, 나물, 찌개요리 정도는 의무교육으로 해야겠지요. 질병이 발병하고 나서 들어가는 치료 비용보다 질병을 예방하는 비용이 훨씬 적듯이 이런 먹거리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허약하면 도루묵이듯이 건강을 위한 먹거리 교육을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래서 ‘시장 요리 사업' 이라는 것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단지 내에 전통시장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전통시장과 아이들의 교육을 연결하는 것이죠. 보통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나오는 하루 밥값이 5천 원입니다. 이 돈으로 삼각김밥, 컵라면, 우유 등을 사먹는데, 이런 아이들이 요리 교육을 배운 후 콩나물 천 원어치와 재료를 조금씩 사서 가족들과 집에서 콩나물밥을 해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밥상머리 교육부터 해 보세요
저에게 쌍욕을 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자기 부모에게도 그렇게 말한다던 아이가, 요리를 가르치고 직접 밥상 차리는 것을 배운 지 3주 만에 태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자기는 평생 이렇게 직접 밥을 차려 먹어보기는 처음이라며 마치 대접받는 왕이 된 것 같다며 신기해하고 좋아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이것이 정말 아이의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제대로 밥을 차려먹는 아이들은 대체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가 없지만, 반면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거나 가족과 밥 먹는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인성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지금은 외식하는 게 마치 표준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오히려 “너희는 집에서 밥 안 먹어?”라며 집 밥 먹는 것이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논문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밥을 차려먹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아이와 대화가 단절되었다며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고, 아이들은 학원 때문에 바빠서 함께 밥 먹을 시간이 없는 가정이 참 많죠. 다들 자녀들과 대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하세요. 그래서 저는 질문하죠. “아이를 위해 뭘 하세요?”라고요.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낸다”라고 하지만, “언제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일주일, 아니 한달? …  ”대화할 시간도 만들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대화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살짝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하죠. 가족끼리 집에서 밥 먹는 횟수를 늘려보세요. 요리를 잘 못하더라도 일단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면 됩니다. 대화가 중요하니까요. 대화의 물꼬부터 트면 그게 바로 시작입니다.

 

어린이요리교육 전문가 심진미

한국아이아띠아동요리교육협회 대표

wlsaltla81@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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