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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

2020년 7월호(12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9. 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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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호의 음악칼럼]

전설의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

 

 

삽화 : 노익호 필진

 


70년대에 팀 ‘트윈 폴리오’로 이름을 날리던 송창식과 윤형주의 활약으로 통기타 붐이 일면서 ‘기타를 못 치면 간첩’이라는 이야기가 유행했을 정도로 너도나도 기타를 쳤습니다. 몇 개의 코드만 익히면 쉽게 노래반주를 할 수 있었고 가격도 비교적 싸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로 대중음악의 반주용 악기로 사용되었으므로 기타는 높은 예술성을 표현하는 악기는 아닌 것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우리나라 대학에 기타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클래식기타를 전공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보다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뿌리 깊었고 기타 통을 들고만 다녀도 좀 노는 부류로 취급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스페인의 작곡가는 기타의 언어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곡가 알베니스, 그라나도스, 팔랴가 쓴 작품은 기타로도 편곡되어 널리 연주되고 있습니다. 잠깐 스페인 기타 역사를 훑어보면 루이스 밀란(Luys Milan 1500~1566), 나르바에스, 알론소 무다라, 가스파르 산스, 페르난도 소르(Fernando Sor 1778~1839), 아구아도, 프란시스코 타레가와 같은 많은 작곡가들이 멋진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이들의 곡이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특히 16~17세기에 작곡된 작품들의 수준은 당시 유럽의 음악과 비교해 보아도 밀리지 않을 만큼 아주 훌륭합니다. 그러나 기타가 저급한 악기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버리고 맙니다. 17세기 이후 스페인의 국력이 급격히 쇠퇴했을 뿐 아니라 기타는 음량이 작아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없어 작곡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럴 때‘타레가’가 태어납니다.


타레가의 역할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 Eixea 1852~1909)는 기타주법과 기타가 지닌 모든 가능성을 캐어낸 위대한 기타리스트며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한 작곡가입니다. 이 타레가 덕분에 위에 언급한 알베니스, 그라나도스, 팔랴가 힘을 얻어 많은 명곡을 남기게 됩니다. 그러나 타레가와 그의 제자들이 발전을 시키긴 했어도 작은 음량과 인식 부족으로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소위 ‘살롱음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의 탄생으로 기타라는 악기가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그가‘안드레스 세고비아’입니다.


금세기 최고의 기타리스트 출현
안드레스 세고비아(Andres Segovia 1893~1987)는 스페인에서 태어났습니다. 세고비아의 부모가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서 큰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세고비아는 6세에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는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내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큰아버지는 플라멘코 음악을 좋아해서 플라멘코 기타리스트를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세고비아는 불과 한 달 만에 그의 모든 연주곡을 익혔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고비아는 독학으로 기타를 익혀 세계 최고가 됩니다.


세고비아의 활약
젊은 시절, 타레가에게 배우려던 찰나에 그만 타레가가 사망하고 맙니다. 세고비아는 후에 “나는 타레가를 몰랐던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를 알았더라면 오늘날의 내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이 말에는 타레가의 영향을 받았다면 그의 손톱 없이 치는 주법을 물려받았지 않았겠냐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세고비아는 손톱을 길러 손톱으로 치는 주법을 발전시켜 음량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또한 나일론 줄을 널리 보급하는데 일조했습니다. 당시엔 기타 줄이 양창자를 꼬아서 만든 거트(Gut)선을 사용했는데 몹시 성가신데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긴 하지만, 음량이 작고 수명이 대단히 짧아 아주 불편해 세고비아는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1950년 프랑스의 듀퐁사가 개발한 수지로 나일론 선을 만들어 거트  선이 가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기타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연주회
1935년(42세) 파리 연주회입니다. 이 연주회에서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파르티타 중 유명한 샤콘느(Chaconne)를 기타로 편곡하여 발표했는데 이 연주를 들은 명지휘자 토스카니니(A. Toscanini 1867~1957)는 감격하여 “이 곡은 바이올린의 특징을 잘 표현한 곡이지만 기타연주로 들으면 더 강한 정감을 느낀다”고 격찬하였습니다. 이 연주회의 대성공으로 세고비아는 기타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기타가 깊은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독주악기로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의 대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따라서 호아킨 로드리고, 빌라 로보스, 마누엘 폰세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기타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게 됩니다.

 

 

기타로 편곡한 바흐 샤콘느 연주 바로가기

 

 

칠레에서 노익호

melquisedec.puentealt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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