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구재택근무 시대가 다가온다!

2020년 7월호(12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9. 6. 16:45

본문

[포스트코로나시대, 뉴-노멀 엿보기#1] 

영구재택근무 시대가 다가온다!

 

출처:뉴욕타임즈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새로운 노멀(new-normal)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distancing), 마스크착용(wearing-masks), 자가격리(self-quarantine), 원격근무(remote-work), 등의 전혀 어브노멀(ab-normal)한 일상이 이제는 뉴-노멀이 되어가는 것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들은 이 시기가 지나면 과거에 우리가 누렸던 정상적(?)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 기대하신다면, “꿈! 깨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탈사무실화는 이미 뉴-노멀이 되고 있다!
뉴-노멀이 될 가장 대표적 사례는 직장에서의 업무형태의 변화입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tech-giants(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애플 등)이 영구재택근무자(permanent remote worker)를 허용할 뿐 아니라 이를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는 희망 직원에 한해 영구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했으며, 페이스북은 향후 10년 내에 48,000명 직원의 절반 이상을 영구재택근무형태로 전환하겠고, 코로나 사태 이후라도 다시는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을 표명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단지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하다니, 역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야”, “출근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잘 됐지 뭐~” 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 기업들은 그동안 천문학적 돈을 부어서 실리콘밸리의 금싸라기 땅에 번쩍번쩍한 자신들만의 아이콘 건물을 지어놓고 전 세계 유수 엔지니어들을 불러와 근사한 사내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에서 음식을 제공하며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습니다. 스타트업들의 핵심가치인 열정, 소통, 창조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한 곳에 모여 일해야 한다는 공통된 가치관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생각과 전략들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즉 사무실중심(office-centric work) 문화에서 탈사무실(office-free work) 문화로 급선회하는 전략적 변화가 가속화될 조짐을 보입니다. 왜 이들은 이런 전략 수정을 결정했을까요?

| 왜 탈사무실화하려는 걸까?
그동안 탈사무실화는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해 다양한 형태로 추진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대부분 ‘사무실에 모여 일하는 게 가장 생산성이 낫다’라는 결론으로 되돌아갔지요. 물론 용기있는 스타트업들 중에 이런 모험적 도전을 끝까지 이뤄내어 전 직원의 탈사무실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이후의 탈사무실화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입니다. 
그 첫째 이유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의무화되면서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모여서 창조적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위협받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모인다 하더라도, 근무자 간의 충분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무실 레이아웃과 동선의 재설계를 해야 합니다. 또 이럴 경우 업무의 형태 자체도 달라져야 하기에, 이에 따른 추가비용은 회사 입장에서 큰 부담입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사무실에 모이지 않는다면, 회사 입장에서 여러 면에서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업무생산성만 확보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탈사무실화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탈사무실화를 감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트랜드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협업 방식의 고도화와 이를 지원하는 기술 및 솔루션들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한 곳에 모이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 앉아서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이 쉽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설정한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화상통화, 실시간채팅, 포스팅, 일정관리, 피드백, 게시판, 메일, 파일전송, 자료검색, 버전관리 등 다양한 기능들을 월정액만 내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네트워크기반 협업플랫폼들이 스타트업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고, 사무실을 떠나서도 협업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은 이미 충분히 성숙되었습니다. 

| 탈사무실화 문화의 확장된 의미
하지만 탈사무실 문화는 단순히 사무실이 아닌 원격에서 일하는 것을 넘어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신중히 고려해야 하고 평가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사업문화를 만들 것입니다.
첫째, 내가 하는 업무의 경쟁범위가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지만 같은 일에 몰두하는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순간적으로 확장됩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1대 80억의 무한경쟁체제가 형성된다는 말입니다. 한 회사에서의 동일한 업무를, 나뿐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곳에 사는 경쟁자에게 동시에 맡겨서 진행할 수도 있게 되는 거지요. 지구 반대편에 사는 경쟁자라고 할지라도 나보다 더 낮은 연봉을 받고도 더 높은 성과를 낸다면 회사는 당연히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고 해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하기 힘들 겁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복지나 임금은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능력이 출중한 슈퍼직원이라면 반대의 얘기가 되겠지만, 일이나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공동체에 필요한 다른 자질들을 잘 갖춘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둘째, 시스템과 규칙(system & rule) 기반의 협업이 중심이 되고, 또 성과와 결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심화될 것입니다. 주요 협업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미리 정해놓은 시스템 안에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메일이나 협업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소통이 업무의 핵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기대하는 성과와 결과물을 시스템적이고 획일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구성원 상호간에 소외가 커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겁니다.
셋째, 출근은 안 해도 되지만 상시 협업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실시간 피드백을 주고받다보면, 사무실을 떠난다는 ‘퇴근’의 개념이 사라져, 워라밸의 경계가 모호해질 위험이 큽니다. 즉, 개인의 휴식과 소중한 개인적 일상이 사라진 월화수목금금금의 7일이 연속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넷째, 삭막한 룰 중심의 기업문화 속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점점 망각되어가는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고 발전시킬 것인가하는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인간은 사회적(공동체적)동물’이라는 말은 사실 오프라인에서 서로 눈을 쳐다보고 맺는 관계를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정의입니다. 한 번의 눈을 마주친 진정한 만남이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위대하고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때까지의 역사적 진리였습니다. 만약 이런 직접적인 대면관계를 간과하면 할수록 그 관계의 진실된 발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인과 조직의 성장은 빠져버리게 될 겁니다. 외적인 능력과 결과중심의 기업문화 속에서 각 개인은 심각한 소외와 고독을 느낄 것입니다.

| 탈사무실화의 ‘뉴-노멀’에서 과거인 ‘노멀’을 돌아보기
그런데 뉴-노멀이 되어가는 ‘영구재택근무자’의 ‘탈사무실화’로 의외의 소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코로나19는 그동안 노멀(normal)이었던 우리의 삶에서 과연 소중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는 겁니다. 사무실에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의논하며 무엇을 만들어가던 것들이 과연 가치 있는 것들이었는지, 동료들끼리 맺은 관계가 진실된 것이었는지, 허구한 날 SNS에서의 만남을 안달복달했던 것들이 정말 가치 있었는지, 일을 하는 회사와 공동체로서의 가족은 어떻게 관계되며 구분되었는지 하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들을 해보게 한다는 겁니다. 요즘 일상화된 준엄한(?) 명령인 ‘사회적 거리두기(social-distancing)’는 우리가 맺은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질책하는 소리 같이 저에게는 들리는군요. “너희들이 그동안 기계적 사회에서 살기를 그렇게 만족했으니, 지금부터는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어서 오프라인 만남을 아예 하지 말고 온라인상에 상시 연결되어 일만하고 개개인은 철저한 고독과 소외 속에 지내도록 해줄게”라는 위협적 소리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회사문화에서 과거와 미래의 이런 점들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지하고 인간 자신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성찰해 본다면, 뉴-노멀의 상황 하에서라도 오래가는 진실된 관계, 그리고 참답고 가치있는 삶의 문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 다음 편에는 뉴노멀이 될 탈사무실 문화에서 직원과 기업의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을 다루겠습니다)

 

생체신호분석 전문 스타트업 (주)바딧
CSO/Vice President  추광재
caleb@bodit.co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9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