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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읽어보는 즐거움, 상상 그 이상의 행복 - 색소폰과의 만남!

2020년 7월호(12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9.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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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읽어보는 즐거움, 상상 그 이상의 행복
색소폰과의 만남!

 

귀로 듣고 읽는 즐거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구태여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주지 않아도 좋다. 내가 그 소리를 좋아한다면 나를 위한 최고의 행복한 선물이 된다. 희로애락이 있는 곳에 화음이 있고 불협화음이 있다. 살면서 아름다운 소리만 듣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귀를 통해 들어 온 소리가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내 의지대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루를 살면서 내 귀가 열어놓은 즐거움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생각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보내면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달콤한 말이 몇 번 있었던가? 내가 나를 다독여 주고 위로해 주던 시간이 있었는지 천천히 되새겨보는 것이다. 


필자가 색소폰 연주에 빠져들게 되기까지는 잠재된 욕구가 용기로 바뀌는데 4년이라는 탈피의 시간이 필요했다. 파주에서 다문화가족 행사 사진 촬영 봉사를 하면서 만난 4인조 색소폰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그때마다 감흥에 젖어 멋지다는 말을 호기심에 붙이기 시작했다. 4년 동안 네 차례의 만남에서 얻은 지식은 불협화음에 대한 막막한 두려움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나에게는 넘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면 길이 보이는 법이다. 출퇴근 길에 색소폰 학원 간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학원 앞을 공연히 세 번이나 지나치면서 용기를 끌어모았다. 결국, 오전에 전화하고 초저녁이 되어서야 색소폰 학원 문을 두드린 것이다. 악기값은 얼마나 하는지, 노래 한 곡 제대로 연주하려면 몇 년이 걸리는지, 콩나물 대가리도 모르는 까막눈인데 암호 같은 음표를 제대로 읽을 수나 있을지, 원장님 앞에서 최대한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고 순하게 길들어가는 어린 강아지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외도는 어느 순간 카메라보다 더 자주 만나는 대상이 되었고 세상에는 왕도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해거름이 지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가장의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늘 소파 중앙에 황제 자세로 누워 있었고, 리모컨은 경제권을 가진 내가 쥐고 있었다. 어느 집이나 비슷한 풍경이지만 유일하게 하루 중에서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도 딱 그 시간이었다. 스크린 골프를 치러가든, 술을 먹든, 집을 나서면 조용히 나를 나에게서 버려둘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없었다. 시체 놀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생각하면 가족이 같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내가 가장 힘든 가장이라는 말이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밤마다 색소폰 학원을 나서면 가족들은 각자 방에서 거실로 모이게 되었고, 연습실에서 돌아오면 도란도란 가족들 정겨운 모습이 반가웠다. 


퇴근해서 TV를 볼 것이냐, 아니면 자기 계발을 할 것인가? 필자는 여러 가지 취미 중에서도 색소폰 연주를 꼭 권하고 싶다. 색소폰은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폼 나게 연주도 할 수 있으니 막연하지만, 초보자들에게 로망 같은 꿈을 꾸게 하고 마음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보통 알토 색소폰으로 시작하는데 중고 악기값은 백만 원 내외라 되팔 때도 환금성도 괜찮다. 도레미파솔라시도로 시작해 석 달 정도면 아는 노래 한 곡 정도는 불 수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더 신기하고 신묘한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4년이나 걸린 막연한 두려움이 석 달이면 분기탱천하니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를테면 색소폰은 연습을 얼마만큼 하느냐가 중요한데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친구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생활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들로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연습실을 못 가서 안달이라고 하면 너무 극심한 비약일까. 필자는 배운지 6개월 만에 사진 전시회장에서 축가 연주를 하게 되면서 사는 즐거움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었다. 좋은 연주가는 아니었지만 좋은 색소포니스트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밤마다 내가 나를 위해서 위로해 주고, 수많은 불협화음을 걸러내는 수고로운 작업이 나에게는 큰 위로의 시간이 되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와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던 때에 만난 색소폰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불협화음은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집중을 해야 하고 손가락에 정확한 화음을 새겨 넣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더 나은 연주가가 되기 위해 다른 약속을 줄이면서 연습실을 더 부지런히 나가게 되었다. 4년 차에 최고급 프랑스산 셀마 테너 색소폰으로 바꾸면서 음색이 더 좋아지게 되어 본격적으로 복지관, 병원 등 다양한 음악 봉사 활동을 하게 되었고 축제 가운데 서기도 했다. 


백세시대를 살면서 나중에 어떻게 살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론은 간단한 것 같다. 젊게 사는 것! 늙어도 멋지게 사는 것!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사는 것!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앞으로 20년, 30년, 40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 본다. 카메라, 시, 그림, 서예, 색소폰, 등산 이것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다. 
앞으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춤이다. 라틴댄스와 사교댄스를 꼭 배우고 싶다. 그러다가 또 뭔가를 배우고 싶을 것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 가지만 가지라면 필자는 색소폰을 선택할 것이다. 생을 살면서 진정으로 나를 위로해 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면 답은 간단하다. 내가 나를 위로해 주는 색소폰! 나의 부장품 1호임이 틀림없다. 

 

경기도 고양시 박종익
한국예총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색소포니스트​

parkji1770@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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