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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독하게 살기로 했다

2020년 7월호(12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9. 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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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연의 인생 단상 2]

나는 고독하게 살기로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과의 교류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그와 동시에 고독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왜 우리는 고독해야 할까요? 진짜 고독은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고독이 부산한 정신을 차분하게 다독인다고 표현했습니다. 캐나다 사회평론가인 마이클 해리스는 고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친밀감에 좋다는 연구 결과를 이야기했습니다. “대화가 인간의 지적 활동에 묘약인 것처럼 고독은 인간의 정신 활동에 묘약이다.”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말입니다. 고독이 이렇게 우리의 삶에 유용하다고 하는데, 살면서 우리는 고독을 얼마나 자발적으로 즐기고 있을까요?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라는 책에서 카트린 지타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모든 인생은 혼자 떠난 여행이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목적지가 바뀌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자신의 행복을 좇아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혼자 행복할 수 있어야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 ”아마도 낯선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즉 고독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혼자일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저는 나 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2018년 2월, 3박4일 나 홀로 호캉스를 다녀왔습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나를 위한 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돈을 아끼지 않고 특급호텔로 예약한 후, 책 몇 권만 들고 떠났지요. 하지만 여행 첫날부터 몸이 아파 앓아누웠고, 기대했던 것보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숨 가쁘게 바쁜 일상과 성취를 반복하던 2019년 10월 어느 날, 저는 4박5일로 다시 나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여 강원도 묵호항으로 말이죠. 숙소에서 보이는 동해 바다, 따뜻한 커피, 그리고 책 한 권은 저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제공하기에 탁월한 선택인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여행 역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여행으로 기억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여행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인가?’, ‘매 순간에 감사할 줄 모르는 야박한 사람인가?’, ‘무엇이 문제일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시간이 흘러도 혼자만의 시간을 사수했는데 왜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지 못했는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는지에 대해 정확히 판별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디지털 미니멀리즘》책을 통해 왜 진정한 고독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는지 깨닫게 되었죠. 이 책에 소개되는 케슬리지 판사와 어윈 전직 장교는 ‘고독이란, 환경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요하며,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많은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고독의 가치를 설파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진정한 고독의 세계로 빠지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객들을 보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 화면 속에 집중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엔 단순히 타인과의 관계를 차단한 혼자만의 시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매 순간 실시간으로 울리는 각종 어플의 알람, 메세지, 게임, SNS, 동영상, 뉴스 등 끊임없는 소통과 과도한 연결 속 혼잡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느라 나만의 온전한 생각에 집중할 시간도, 마음의 여력도 부족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고독할 수 있는 자유를, 고독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연결 과잉과 고독 결핍의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고독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요도와 상관없이 알람이 뜨면 반사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자주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시도해 볼 실행 지침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휴대폰 내에‘방해 금지’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람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짜 집중해야 하는 시간, 혼자 생각해야 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모든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밖으로 나서는 연습입니다. 혼자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만큼은 휴대폰에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휴대폰이 없으면 중요한 연락을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지만, 실제로 휴대폰 없이 동네 한 바퀴를 달리며 운동해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마지막 세 번째는 취미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거나, 독서에 몰입한 상태에서는 핸드폰을 거의 보지 않게 됩니다. 자투리 시간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던 시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그런 취미를 확장시키는 것은 덜 중요한 소일거리부터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이 될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 세상에서 때로는 고의적인 고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번에 하게 될 나 홀로 여행에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두는 방법으로 진정한 고독을 즐겨보려고 합니다.

 

Life Designeer 주수연

brunch.co.kr/@lifedesigneer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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