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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거부하는, 멈추지 않는 도전

삶의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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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도전이야기]

평범함을 거부하는, 멈추지 않는 도전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교직생활을 하셨던 어머니의 열성으로 8학군의 대표격인 대치동으로 입성했습니다. 8학군에서의 경쟁은 치열했고, 조용할 날이 없던 예술 중학교를 입학해야 할 누나들 틈에 끼어 저는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었죠. 마땅히 집중할 것을 찾지 못한 채 혼자 무엇을 할까 고민 하던 저는 부모님께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동네의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들이 흔하지 않은  때여서 초등학교 3학년인 저는 어른들 틈에 끼어 연습장을 빼곡히 채워가며 베이직, 코볼, 포트란 등 컴퓨터 언어들을 배웠습니다. 또한 그 시절 PC 통신이 대유행하던 터라 C언어, 유닉스 등의 개발자 모임에 가입해 개발자 형들과 만나면서 학교 공부는 소홀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해 ‘이제는 학교생활을 집중 해보자’ 결심했었지만, 학교생활이 너무 평범하고 지루했어요. 그러다 이번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의 매력에 빠져 컴퓨터를 분해했다가 조립하기를 거듭하며, 컴퓨터라는 재료를 통해 수많은 요리를 개발해 보았지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한 번 평범한 학교생활로 돌아가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늘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하고 싶은, 개발에 대한 꿈틀거림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덜컥 개발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낮에는 고등학생으로, 저녁에는 벤처 개발 회사에서 개발자로서의 이중생활을 몰래 시작한 것입니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린 채, 아무도 모르게 저는 학교가 끝나면 회사에 출근을 했으니, 당연히 학교공부는 영어, 수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뒷전이 되고 말았지요. 그러다 남들은 대입 준비에 한창 열을 내야할 고3의 막바지 시기에 창업을 했습니다. 당시 인터넷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라 서버 호스팅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이 아이템을 가지고 서버를 관리해주는 일로 창업한 겁니다. 창업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는 무작정 세무서를 찾아가 신고를 한 후, 며칠 뒤에 사업자등록증을 받았는데, 새로운 세상이 환하게 열린 것 같았습니다. 대신 부모님의 염원이었던 대학교 진학을 당연히 연기해야 했지요. 비록 작은 규모였고, 스스로 회사를 일궈나가며 점차 커져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군입대를 작정하면서 창업 2년 만에 회사를 매각하였습니다.

 

  군제대 후에는 다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어 IT 회사에 들어갔으나, 1년이 지나자 다시 도전정신이 슬슬 발동한 저는 주변 사람들을 모아 이번에는 ‘솔루션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워낙 ‘대표’라는 직함이 싫었던 터라, 모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형을 대표로 내세웠죠. 학교나 기업관리 솔루션을 판매하며 잘 나갔지만, 시장 경쟁 속에 빅플레어들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젊은 피로 시작한 도전은 현실의 견제 앞에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같이 모인 사람들끼리 다투기 시작했으며, 의견이 맞지 않아 떠나는 사람들도 생겨났지요. 저는 이 시간을 감당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떠한 일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끝까지 홀로 남아 무거운 짐을 짊어졌습니다. 밖으로는 담당자를 찾아가 사정을 하고 무릎꿇기도 하면서 계약을 유지하여 갔고, 안으로는 같이 했던 형들로부터 ‘외골수’, ‘어차피 안된다’ 등의 비수 같은 말들을 들어야 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심리 상담도 받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가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갔지요. 실패와 헤어짐의 그 쓰디쓴 시간 속에서 저는 형들이 해주었던 조언들을 매일 긍정적으로 곱씹으면서 나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들이 바뀌었고 제 스스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가 있었습니다.

 

 

  ‘창업은 다시는 안 한다’고 생각했던 저는 1년이 지나자 또 다른 일을 덜컥 벌였지요. 후배의 제안으로 ‘온오프믹스’라는 회사의 개발 및 기획 총책임을 맡았습니다. 만 6년 정도 밑바닥부터 갈고 닦아 올려 회사는 자리를 잡아가며 투자를 받아 안정되어 가는 상황에서, 저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쿨하게 회사를 뒤로 하고 홀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제대로 쉼을 누리지 못한 제 자신에게 안식년을 주고 싶어서, 통장에 1년 생활비를 계산해 넣어 놓고 사용하며 쉬기로 했죠. 하지만 그 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미뤄둔 공부를 하며, 외부 강의를 하고, 여러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며 더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탈 IT화를 선언한 후에 이태원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기도 하고, 집짓기 창업을 한 친구를 돕기 위해 제주도에 머물며 공사 현장을 다니기도 했죠. 현재는 디자인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며, 또 다시 선후배들과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측정하기 위한 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사업은 재미있지만 데스벨리(죽음의 계곡)라는 힘든 구간을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사업이 처음 시작되고 안정되기까지가 어렵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관성에 의해 사업을 하게 되는데, 저는 바로 그 때가 되면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훌쩍 떠납니다. 지금도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창업가 모임을, 다른 날은 벤처들 모임을, 또 다른 날은 UX 디자인 모임을 ... 매일 저녁 2시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일주일에 한 권씩의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강연도 합니다. 또 창업하려는 친구들의 멘토가 되어주며, 투자하기도 하죠. 개발자이자 창업가이기도 한 저의 앞으로의 도전은 개발자와 다른 분야의 간극을 줄여서 소통케 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는 또 다른 분야로의 도전으로 세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겠지요~! 

 

(주)데이터블 이사 윤병국

byoungkook.yun@gmail.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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