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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차! 차!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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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차! 차!  

 

 녹슨 실력, 연습으로 닦아내기
 3년 전 동생들과의 제주도 일주를 마지막으로, 그 후 자전거를 탔던 적은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제 실력은 이미 누렇게 녹슨 철처럼 변했고, 다시 사용하려면 열심히 갈고 닦아야 했지요. 그래서 저는 이번 여행을 위해 다시 자전거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자전거를 탈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튼튼한 허벅지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초반 연습 때에는 허벅지의 힘으로 페달을 굴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허벅지의 역할은 줄줄이 줄지어 연습을 하다가도 오르막이 나타나면 힘을 발휘해, 어느 순간 제가 선두로 달리게 만들었답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허벅지 부스터’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연습할수록 점점 생겨났습니다. 기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하고,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게 아니라 주변을 살피면서 가야했기에 연습이 많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멤버들과 함께 매주 1회 이상 장거리, 단거리 코스들을 달리고, 언덕도 오르내리며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여행에서 막내라는 사실에 다른 것보다 마냥 즐거움에 가득 찼지만, 같이 달리면서 함께하는 즐거움,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막내 탈피하기
 먼저는 허벅지의 힘 때문에 선발팀에 소속돼 달리게 되어 나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 뿐 아니라 뒷사람의 안전도 같이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라이딩 중 앞에 방지턱이 있거나, 갑자기 코너나 오르막이 나올 때, 미리 인지하면 좋을 부분들을 뒷사람에게 전달해야 했었지요. 특히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가 생겼었고, 또 작은 사고들이 몇 번 있을 뻔했기 때문에, 저는 더욱 이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차! 차! 차!”,“턱! 턱!”,“급커브!” 그리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구간을 달릴 때에는 자동차도로의 바로 옆으로 달려 차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했기에 저는 정말 열심히 소리쳤어요. 하지만 동해의 바닷바람은 저의 이런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힘들 정도로 밀어 붙여 아주 큰소리로 소리쳐야 전달되었습니다. 


 평소의 저의 목소리 톤이 낮고 힘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급박한 상황에 닥치니 저절로 소리를 지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매일 저녁 목이 쉬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제 소리가 마을을 울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제 노력이 헛되지는 않아 내심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또 이번 여행에서 저는 멤버들의 건강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원래 자주 넘어지고 다치는지라 항상 가방에 밴드세트를 들고 다니던 저였지만, 이번에는 누가 어떤 큰 사고가 날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하나하나 예상해가며 꼼꼼히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라이딩을 할 때에도 내 몸 사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필요는 없는지 먼저 확인했지요.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친 날 저녁, 가장 젊은 나도 몸이 뻐근하고 다리가 아파왔는데 다른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자기 전 같이 둘러앉아 스트레칭도 하고 파스와 근육테이프도 붙여주면서 다음날을 준비하기도 했지요. 또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에너지를 정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충분한 물과 당을 보충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온음료 한 잔, 사탕 하나 챙겨 나누어 먹으면서, 먼저 챙기고 도우며 하나를 책임지더라도 끝까지 책임지려 노력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저의 허벅지의 근육이 더 늘어난 만큼 저의 자신감과 책임감도 같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주변을 살펴보면 누구나 도울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고 도우는 것, 내가 먼저 섬기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기도 군포시 한수정

hansujeong0112@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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