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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번쩍! 바닷바람 쏴아~

2020년 11월호(13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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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 번쩍!

바닷바람 쏴아~

 

 헤드라이트 번쩍! 
 동해안의 새벽을 깨우며 달려갑니다. 철썩거리는 파도와 에머럴드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이 짜릿함이란!
이 라이딩 일정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수리산 일대와 한강 고수부지, 춘천 자전거 도로 등을 달리며 훈련한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주 1~2회 새벽과 주말을 이용하여 라이딩을 하였죠. 체력을 만들기 위해 눈을 비벼가며 아침잠을 깨워 어두운 도로 위를 달릴 때면 무서움도 들었고 돌멩이 하나에 자전거가 휘청하여 위험한 적도 있었습니다. D-day를 3주 앞두고 낑낑거리며 올라간 언덕에서 체력이 딸렸는지 발을 헛딛어 넘어지며 왼쪽 손목 인대 파열로 보호대를 끼는 신세가 되기도 했죠. 이렇게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훈련을 같이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가고픈 마음에 홀로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쏴아~!’
 팬스 사이로 넘어오는 바닷물 파편이 도로 위로 넘어옵니다. 태풍영향으로 파도도 높고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특히 바닷바람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죠. 마주 오는 바람을 안고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로 힘겨웠습니다. 오르막길을 예상하고 연습하였지만, 첫 날부터 바람이라는 변수와 가파른 언덕에 그동안 했던 연습도 속수무책, 결국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죠. 가파른 언덕도 넉넉히 오르고자 훈련을 하였건만, 못 올라갔으니 말입니다. 예상치 않은 상황에 부딪치면 피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치거나 아파서 타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면 끝까지 달려보자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낑낑대며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첫 귀농지인 전남 무안에서 무농약 양파를 재배하면서 병이 찾아와 어떻게 치료할지가 큰 고민이었죠. 화학 약품을 써 보라는 주변 농부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힘겹게 공수한 바닷물로 병을 잡았지요. 예상하지 않던 일들이 닥칠 때 결정하고 처리하는 것이 어려움이었지만, 가장 힘든 일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과 관계 맺는 것이었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넓고 크게 생각해야하는데, 동업하는 동료와 하나 되지 못했기에 결국 농사를 지속할 수 없었지요. 쓰디 쓴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번이‘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제2의 농부의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바람과 같은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맞서서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언니, 힘내세요~’
 뒤에서 쳐져 있던 언니에게  라이딩 속도와 기어조절을 가르치며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나도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로서로 마음을 맞춰가며 격려하고 돕다보니 힘든 라이딩에도 웃음꽃이 핍니다. 앞으로 정착할 지역의 주민들과 그곳의 농부들과 이렇게 하나 되어 농사지을 것을 꿈꿔봅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나누어 줄 것이 있는 사람으로 나를 준비해 나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마지막 코스를 완주하고 돌아오는 길에 맞아주는 바닷바람이 유난히 시원합니다. 

 

농부 나선명

road17@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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