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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40일 미쿡 횡단 여행기(2)

2021년 4월호(13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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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40일 미쿡 횡단 여행기(2)

 

 

나는 오랫동안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궁금해 왔다. 인간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학구열보다도 나에 대한 열정이 더 컸다. 인간을 이해하는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같았다. 그것을 도와준 것은 나에게 바로 ‘책’이었고, 얼마 전 책에서 괴테가 쓴 문장을 만났다.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는 단 하나, 인간은 살면서 지루함을 느끼지만 원숭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물인가’


이것은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잘 표현했고, 나는 이것에 대해 중립적인 의견을 가진다. 그동안 인간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그래서 쾌락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를 오래 전부터 궁금해 왔다. 나쁜 일이 생기거나, 시청 기준 19세가 넘어가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 장소 말이다. 지금은 미국 LA에서 라스베이거스를 향하고 있다. 이동하는 중간에 밥도 먹고, 샤워도 하며 느긋하게 가고 있다. 상상 속에서 자주 나왔던 장소를 가려니, 몹시 설렌다.


라스베이거스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사막 위에 덩그러니 있는 도시다. 그렇기에 그곳을 향해 떠나기 위해서는 사막을 지나가야 한다. 나는 뒷좌석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다. 창밖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다 왔음을 느낀다. 엔진의 힘을 높이기 위해 끈 에어컨 덕분에 안 그래도 더운 날씨가 난리를 친다. 심지어 코가 뜨뜻해지면서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곧장 창밖 풍경으로 시선을 돌린다. 


모래다! 전부 모래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것처럼 황량한 사막은 아니지만, 도로 주변은 모래와 하늘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나는 노래와 함께 간식을 먹으며 중간중간 소도시를 지나간다. 얼마 정도 더 달리자 저 먼 곳에 규모가 큰 금빛 건물이 보인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네비게이션은 라스베이거스가 다 왔음을 외치고, 우리는 창문을 열고 온몸으로 도시를 맞이한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낮 3시. 기대가 커서일까, 그냥 사람만 많지, 다른 도시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짐 정리하러 먼저 숙소로 향한다. 짐 정리를 다 끝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외출을 결심한 우리. 밤이 찾아온 라스베이거스를 산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충격 그 자체다. 숙소 로비에서부터 비키니를 걸친 누나들이 돌아다니고, 어느 길가에서나 대마초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로비에 있는 카지노에는 덩치가 큰 형들도 많고, 간단하게 술과 게임을 즐기는 관광객도 많다. “이거다!” 낮에 봤던 라스베이거스는 저녁을 위한 휴식 시간에 불과했다. 산책하며 이곳의 진정한 열기와 뜨거움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신선해 혼자 이곳을 더 누비기로 결정한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 이곳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욕망이다. 홀로 가족들을 떠나 음료수와 노래로 나를 물들이며 이곳저곳을 걷는다. 

 


이전의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 여행을 기대하는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 뉴욕은 우리의 동부 첫 여행지다. 뉴욕에서 4일 머물고, 워싱턴에 간다. 그곳에서 캐나다까지 차로 국경을 넘고, 캐나다에서 하와이를 가면 우리의 여행은 끝난다. 시작될 줄 몰랐던 40일 동안의 미국 횡단 여행. 이제는 절반을 넘어 끝을 향해 갈 준비를 한다. 아직 절반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20일을 더 보내고 서울로 돌아가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정말이지, 이 아름다웠던 순간을 계속 기억하며 추억할 것 같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이 여행을 마쳤으니, 다른 도전 또한 과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먼 곳을 오랫동안 떠나서 친구와 고향, 그러니까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가슴 깊게 느낀다. 즐거운 순간만 좇지 않고, 즐거운 순간을 찾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여행이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 힘을 주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 선한 힘을 잘 나누고 있을 한 달 뒤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 이곳 라스베이거스 밤길이 무서우니,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위태한 유산 저자  

xmfrhd5@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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