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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의 생존법 : 언택트 시대에 공부로 살아남기 김영민 저《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2021년 4월호(13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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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의 생존법 : 언택트 시대에 공부로 살아남기 
김영민 저《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든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정부 대책에 따라 실내체육시설 또한 2020년만 해도 몇 번이나 필라테스 스튜디오 휴관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무급휴가가 주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안전하게 기다려야만 한다. 다시 일하게 될 때까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혼자서 하는 행위, 책 읽기 그리고 공부뿐이다.

배움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
책 첫날개에 저자의 글씨체로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라고 쓰여있다. 책을 펴는 모든 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공부를 선택한 모든 이들은 코로나 뉴노멀 안에서 변화를 꾀하고, 어떤 이들은 변화를 넘어 진화를 꿈꾼다.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했다. 저자는 별빛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어제보다 더 나아진 우리를 기대하는 모든이에게 이 책이 작은 기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에세이를 썼다.

질문을 바로 하는 법
일을 쉬는 동안 화상 회의로 강의를 듣게 되니 학교 수업 때 들었던 내용이 떠오르면서 궁금한 것들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질문이 머뭇거려졌다. 대면 강의 때는 쉬는 시간에 슬쩍 강연자를 찾아가 물어보던 내 질문 스타일이 비대면에서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교수님께 따로 카카오톡을 드릴 순 없다. 물어보려면 질문할 내용을 채팅창에 글로 쓰거나 혹은 마이크를 잠시 켜고 질문권을 받고 말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 모든 참가자 오디오의 집중이 내게로 쏠린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쯤에서 좋은 질문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일단 완성된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말끝을 흐리거나 문장의 호응이 맞지 않다면 질문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관점과 발표자의 관점이 어느정도 일치해야 한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면서도 강연 주제와 맥락이 맞지 않다면 알아차림과 동시에 얼굴이 붉게 물들 것이다.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건‘연설자의 외로움’이었다. 실제로 교수님은 화상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반응과 눈빛을 주고 받지 못해 일반 강의보다 힘들다고 하셨다. 모든 온라인 강연자들이 느꼈을, 카메라를 앞에 두고‘원맨쇼’의 민망함을 덜어주기위해 성실한 청자들은 올바른 질문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용한 것의 쓸모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잉여’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을 하기가 쉽다.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높아질수록, 실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과 인원만 남겨두기 때문이다. 사태가 나아지고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서 운동할 수 있는 그날이 분명 다가오기에 그때까지 버텨내야 했다. 쉬는 동안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비록 솔로였지만 결혼에 관한 에세이를 읽었고 번역 강의와 서평 계간지에 관심을 쏟았다. 이런 것들이 재밌고 즐거웠지만 가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당장 써먹을 수도 없는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도 될까? 그러다 책에서 나온 ‘즉각적인 쓸모와 거리가 먼 공부’란 표현이 딱 내가 하는 공부 같았다. “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언뜻 불분명한 일들에 성심껏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력을 놓지 않은 파계승 같은 ‘멋스러움’이 감돈다.” 작가는 이 멋스러움을 ‘정신의 척추기립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정신의 척추기립근을 단련하고 있었다.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공부는 다 쓰임새가 있는 법이었다. 독서는 나로부터, 사회에게서 벗어나는 행위와 동시에 그것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가 풍부해진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이 또한 멋스럽지 않은가. 풍부한 언어는 감각을 살려내고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 낼 수 있다. “경험에 합당한 언어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경험은 사라지게 된다”라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처럼 독서는 경험을 기록해 준다. 여러모로 공부와 독서는 쓸모가 많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의 저자는 운동을 좀 하시는 분이다. 예를 들어, ‘골반이 삐뚤어졌어도 질문은 바로 해야’, 또는 ‘정신의 척추기립근’라는 표현은 생활체육인이라면 응당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부에 있어서 체력은 필수인데, 그 이유는 체력이 달리면 지적인 헛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공부는 장기전이기에 운동과 적절한 휴식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저자는 학문의 적합한 인재는 멋진 몸매와 탄탄한 근육의 소유자라며 장미란 선수의 유학을 응원한다. 헬스 피트니스 종사자인 우리는 공부하기에 최적의 상태(?)임이 증명되었다. 이 좋은 체력으로 끝까지 공부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탁월함을 목표로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라테스 코치 김해니

ninakim1019@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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