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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최종 결정권자는, 나?!

2021년 4월호(13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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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최종 결정권자는, 나?! 

 

세상이 말하는 좋은 딸, 좋은 친구, 좋은 학생이란 뭘까. 수학 공식처럼 확실하고 증명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산이요 이건 물이요라며 깔끔하게 정의되지도 못하니 어디선가 쓴 소리를 들으면 대체 그들이 원하는 내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좋은 대인관계’라는 건 또 무엇인지, 참 까막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삶이라지만, 그래도 불공평하다. 남들 속을 썩히지 않기 위해 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는데도 늘 남들 속은 날 비웃는 듯하다. 내 마음은 썩은 낙엽과 벌레까지 득실거리는 것처럼 되었는데도 먼지 한 톨 밖에 안 묻은 남들 속을 더 중요시한다. 이리 희생을 자처하고 내 안의 썩은 낙엽과 벌레를 애써 무시한다한들 정작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난 누군가에는 미움을 받을 것이고, 여전히 난 바보 같겠지.


 누군가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어느 쪽에서도 이렇다 할 결과를 보이지 못하는 날 보고 싶지 않아서, 가끔은 눈이 멀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누가 현실성이 없다고 토를 달지라도 귀에 안 들릴 만큼 기나긴 자기혐오에 빠지고 있다. 다른 이들이 보는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단점밖에 보이지 않는 나여서, 내 내면을 모르는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모습이 불현 듯 궁금해졌다. 더 나아가 내 삶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영화나 소설이라면 어떨까란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앞뒤가 꽉 막혀버린 배수관에 갇힌 것 같은 이 순간이 극 초반일지, 중반일지, 아니면 이미 결말에 도달해 버린 건지 궁금하다. 분량, 장르는 또 어떨까. 혹시라도 스릴러면 어쩌려나. 허상 속 주인공의 다른 이름은 작가의 사심으로 이루어진 꼭두각시다. 결정권도 없고 제 앞에 놓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란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주인공의 숙명을 지켜나간다. 


그러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내 삶은 그들과 다르다. 내가 주인공이자 작가라서,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고 권력자라서, 마감 기간에 얽매일 필요도,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며 원고를 찢어버릴 출판사 편집장도 없다. 아무런 방해공작도 없으니, 내가 짜놓은 결말의 내용이 어떻든 길은 탄탄대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결말에 가까웠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극의 초반으로 덜컥 옮겨버렸다. 적어도 허상의 주인공은, 초반과 달리 성장되어 있었다. 힘든 이 시간이 초반이고 아직 결말은 멀었다면 중반쯤에 분명 이런 내가 바뀔 극적인 사건이 생기지 않을까. 그 날이 어쩌면 내일일 수도 있단 생각에, 그 극적인 사건이 뭔지 궁금해져 내일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럼 결말은 어떨까? 아직 모른다. 안타깝게도 여긴 현실이라 행복한 결말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최종 결정권은 작가이자 내 삶의 주인공인 내게 있다. 내 삶의 주인공의 나는 작가인 내 뜻대로만, 가끔 태클이 날아오겠지만 사뿐히 무시한 채 흘러가기로 했다. 아주 잠깐, 옥죄던 두통이 멎은 것 같다.

 

의정부 발곡고등학교
2학년 진세린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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