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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도를 아시나요?

2021년 7월호(14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7. 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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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연의 인생 단상 14]

 

시간의 속도를 아시나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지금 이 순간,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한 번 지나가면 절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시간의 값어치는 돈으로 추산하기도 쉽지 않지요.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 여러분은 이 시간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고 있나요? 아니면 시간에 쫓겨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나요?


학업 스트레스 없이 그저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의 1년은 직장을 다니며 매일매일 해야하는 일들에 치여 사는 1년의 시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어른이 되면 해야할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20년 전에 어른들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얼마 전《나를 찾아가는 철학여행》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 소개되는《마의 산》이라는 책에서 시간 체험의 상대성에 대해 이렇게 서술합니다.
‘매일 똑같은 나날이 계속된다면… 아무리 긴 일생이라도 아주 짧은 것으로 체험되고, 부지불식간에 흘러가 버린 것처럼 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시간 감각이 잠들어 버리거나 또는 희미해지는 것이다. 젊은 시절이 천천히 지나가는 것으로 체험되고, 나중의 세월은 점점 더 빨리 지나가고 속절없이 흘러간다면, 이런 현상도 익숙해지는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시간을 길게 살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새로운 것은 주어진 시간의 매 순간을 의식하게 하여 시간을 촘촘하게 채우지만 익숙한 것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말이죠. 


어릴 때는 정확히 매 순간의 경험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길게 느껴졌던 것은 분명합니다. 정형화되어 있는 직장인의 삶을 돌이켜 보면, 특히 더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당시 매번 새로운 사건과 사고가 터지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몰두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습니다. 몰입한 결과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이지 결코 지루한 일들의 익숙함과는 거리가 멀어 처음에는 책 속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사실 매번 몰입했던 일들이 새로운 일처럼 보였지만 회사 내의 일이라는 틀에서 보면 충분히 패턴화될 수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더욱 익숙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익숙해진 시간은 뭉텅이 채 순식간에 덧없이 사라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의무와 책임으로 어깨가 무거운 성인은 아마도 매 순간 어린 아이와 같은 새로움을 경험하기엔 환경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을 판단하는 잣대가 익숙한 하나의 방식으로 굳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세상을 보는 안경을 새롭게 바꿀 수 있다면, 내 시간의 속도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제라도 시간이 왜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지 알게 되었으니, 시간의 완급을 조금은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왠지 모르게 시간의 통제권이 시간으로부터 저에게 넘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의 깊이와 부피를 늘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다채로운 경험으로 시간을 촘촘하게 만들 수 있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네요.

 

Life Designeer 주수연
brunch.co.kr/@lifedesigneer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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