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리더는 가장 마지막에 먹는다

2021년 10월호(14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0. 10. 21:13

본문

[retrospective & prospective 34]

리더는 가장 마지막에 먹는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는 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의 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내전을 피해 탈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남측과 북측의 대사관이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입니다. 개봉하자마자 방콕에 지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어 올해 들어 처음 관객 200만을 돌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2021년 현실에서도 나타났는데 바로 ‘미군의 아프간 철수’입니다. 
얼마 안되어 아프간 내 최후의 미군 병력이 긴박하게 철수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철군 시각에 맞춰 수송기 다섯 대에 나누어 떠나는 미군 병력 500~600명을 취재한 뉴스였습니다. 사뭇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장면들을 통해 현지의 혼돈과 급박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시간과 공간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기밀 서류들, 장비 등을 싣고 가져갈 수 없는 무기와 장비는 철저히 파괴하여 탈레반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숨 가쁜 상황이었고, 준비된 수송기가 이륙하면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오는 교통편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들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놀라워했습니다. 수송선의 마지막 탑승자는 ‘크리스 도나휴’라는 미 육군 2성 장군으로, 카불철수작전을 수행한 82 공수사단의 사단장이었던 것입니다. 군대를 안 가본 사람이라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사단장’이라는 계급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를… 그런데 발표된 사진으로 보이는 미군 사단장의 모습은 마지막으로 트랩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그의 옆이나 뒤에 부관도, 호위 병력도 없었습니다. 손에 들려있는 소총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계급장도 없는 여느 공수부대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니 2014년 4월 16일 잊을 수 없는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의 마지막 장면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그 절박했던 당시 선장이라는 사람은 혼자 살아보겠다고 책임감이나 의무감은 벗어던진 채 전 국민이 보고 있는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엉금엉금 배를 빠져나오던 바로 그 장면 말입니다. 미군의 사단장과 작은 배의 선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제 생각에‘리더십’이라는 것은 이끄는 조직의 규모와 업무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리더’라는 근본적인 자질은 다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을 본 우리나라의 군필자들 사이에선 이런 물음이 있을 수 있겠지요. 만일 이 상황이 한국군이었다면… 마지막으로 탈출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지난달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의 특별입국자들을 위한 브리핑 자리에서 법무부 차관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현 법무부 직원이 빗속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차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포착되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조직문화라는 논리 하에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이런 문제는 몇 사람의 생각만 바뀌어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론화되어 개인의 인식과 조직의 생리, 사회적 구조의 차원에서 계속 되짚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리더의 자질, 리더십 같은 단어들은 임원이 되었을 때이거나 기업에서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은 교육의 근본이념이기 때문에 특히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자질로서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리더십에 관한 세계적인 저술가인 사이먼 사이넥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미군 장교들의 리더십 격언이 되었습니다. 리더십이란 리더의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교육도 시험을 위한 교육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교육, 리더의 기본 자질을 갖추기 위한 교육으로 근본적인 틀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를 키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뉴스를 틀면 가장 첫 기사는 대선 후보들에 관한 소식, 대선 후보들의 행보가 가장 먼저 전해집니다. 몇 달만 지나면 우리 국민은 이 나라의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기 위한 귀로에 놓일 것입니다. 단순히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보다는 그의 행보가 리더로서 책임감이나 통솔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리더의 자질’ 측면에서 감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 예술의전당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4>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