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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사랑했던 퇴계 이황

환경/숲해설사 이야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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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9]

매화를 사랑했던 퇴계 이황

 

 

  몽니 궂은 시누이와도 같은 꽃샘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 날씨지만, 마당의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중국의 쓰완성이 고향인 매화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삼국시대로 추정된다고 식물학자들이 밝히고 있는데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고구려 대무신왕(AD 4~44년)때 매화가 피었다라는 기록이 있으니 2천년 가까이 한반도에서 뿌리를 내려 왔음은 틀림없습니다.

 

  매화는 선비들이 사랑했던 사군자 중 처음을 장식하는 소재입니다. 조선중기 문인 신흠은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즉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라고 詩 <野言>에서 매화의 자태를 노래했습니다.

 

  추운 겨울 눈 속에 피는 매화를 ‘설중매’라고 하지요. 한파 속에서도 우아한 자태와 아름다운 향기를 지켜내는 매화를 보고 선비들은 그냥 있을 수 없었나 봅니다. 이토록 많은 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매화를 끔찍하게 사랑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던지 유언조차도 “저 매화에 물을 주라”였다고 합니다. 그 분은 바로 ‘퇴계 이황’선생인데요,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에 가면 선생이 손수 심은 매화가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뭇 사람들은 퇴계의 매화 사랑은 기생인 ‘두향’을 향한 마음이 아닐까? 라며 유추하고 있는데요. 퇴계 선생과 단양관기 두향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전설처럼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미모와 함께 가야금 연주, 시문이 뛰어났던 두향과 매화를 바라보며 나누었을 담론은 에로스적인 사랑을 초월한 이상세계에서의 합치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관기 두향은 세조시절,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도모할 때 참여했던 사대부의 후손으로 매화 가꾸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두향은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48세로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선생을 만났습니다. 일찍이 그의 고매한 인품을 들어서 알고 있었던 두향은 얼마나 가슴 설레었을까요. 두향과 퇴계 선생은 단양의 절경과 매화를 소재로 서화(書畵)를 나누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9개월 후, 퇴계 선생은 풍기군수로 가게 되고 관기였던 두향과는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두향은 퇴계와 함께 하는 마지막 밤에 시 한수를 씁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우니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저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퇴계 선생이 떠난 후, 두향은 군수에게 간청하여 관기를 사직하고 퇴계와 시문을 주고받았던 남한강변에 움막을 짓고 평생을 지냈으며 퇴계 선생의 부고를 듣고 강물에 몸을 던집니다. 퇴계는 두향이 준 매화 화분을 가까이 두고 평생 두향을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퇴계 선생의 “저 매화에 물을 주라”는 유언은 두향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퇴계 선생의 제자였던 ‘이산해’는 스승의 마음을 헤아려 두향의 제사를 한일합방이 될 때까지 지냈다고 합니다. 퇴계의 후손들도 충주댐 건설당시 두향의 묘가 수몰당할 위기가 되자 강선제로 옮겨 수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단양에서는 ‘두향제’를 열어 퇴계와 두향의 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퇴계 선생의 특별한 매화사랑은 118편으로 남긴 매화시와 시첩에서도 확인 할 수 있는데요, 후세 사람들은 퇴계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천원 권 지폐를 만들면서 퇴계 선생의 초상화와 함께 매화도 그려 넣었습니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감정이 이성을 혼돈케 하는 요즘, 퇴계 선생과 두향의 절제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혼란의 시기를 잘 극복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장병연(시인, 숲해설사)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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