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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나무 문화를 이끈 소나무

환경/숲해설사 이야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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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11]

우리나라 나무 문화를 이끈 소나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가 아닐까요? 나무박사 박상진 선생님께서도 우리나라 나무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설명하는데요, 한반도의 소나무 서식은 만 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서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문헌에는 소나무가 등장하지 않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야 ‘황장목’이라는 질 좋은 소나무로 임금의 목관을 만들었고 궁궐을 짓는 건축 목재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소나무가 긴 시간동안 한반도에 자라고 있었음에도 옛 문헌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과의 경쟁에서 견디기 어려워 험준한 곳으로 쫓겨 간 까닭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입을 모읍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목숨을 영위해 오던 소나무들이 전쟁과 함께 활엽수들이 사라진 자리를 다시 차지하면서 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소나무의 씨앗은 날개가 달려 있어 바람에 꽤 멀리 날아간답니다. 소나무는 바람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머리 좋은 나무인 셈이지요. 소나무의 꽃은 암수 한 그루예요. 꽃이 화려하지 않아 곤충의 눈에도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꽃가루받이가 불리한 소나무는 바람을 이용하여 수정하기로 마음 먹은 거지요. 그러나 암수 꽃이 한그루인 까닭에 근친교배는 피할 길 없는 운명이지만, 고심 끝에 수꽃을 먼저 피워 바람에 꽃가루를 다 날려 보낸 후에 비로소 암꽃을 피우기로 합니다. 약 일주일 동안 꽃가루를 날려 보낸 후, 맨 꼭대기에 원추형인 암꽃을 피웁니다. 그래야만 우성유전자를 가진 씨앗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소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은 좋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 이렇게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소나무는 크게 ‘금강송’과 해변 주변에 자라는 ‘곰솔’(해송), 산림녹화를 위해 수입한 ‘리기다소나무’로 구분합니다. 금강송과 해송은 잎이 두 개인 반면, 리기다소나무는 잎이 세 개입니다. 수피가 붉은 금강송을 적송, 혹은 육송이라고 부르고, 곰솔을 해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모두 일본식 표기이기 때문에 적송, 육송, 해송 등의 표기방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식물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경북 예천에 있는 수령이 600여년 된 소나무 석속령(천연기념물, 제294호)은 ‘재산세’를 내며, 보은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 소나무(천연기념물, 제103호)는 ‘벼슬’을 받은 소나무입니다. 이밖에도 괴산의 왕소나무를 비롯하여 많은 소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데요,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소나무를 우리 조상들은 매우 귀히 여겼습니다.

 

  조선시대 궁궐 건축에는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질 좋은 금강송이 ‘춘양목’이라는 이름으로 한양으로 공수되었습니다. 춘양목은 결이 곱고 단단하여 잘 썩지 않는 최고급 목재입니다. 일제강점기시대에는 백두대간에서 이 질 좋은 춘양목을 벌목하여 운반하기 위해 철도가 건설됩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춘양역은 철길이 마을을 한 바퀴 도는 특이한 구조로 태백산 아랫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금강송을 운반하기 위해 비효율적 설계했던 것이죠.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가 바로‘억지 춘양’인 것을 혹시 아셨나요? 금강송을 실어 나르기 위해 억지로 만든 철도인 셈이었죠.

 

  우리나라 전통혼례에는 원앙과 함께 소나무 가지를 놓는 풍습이 있습니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사랑과 낙엽이 되어도 떨어지지 않는 두 잎처럼 백년해로를 바라는 조상들의 간절한 소원을 소나무를 통해 승화시킨 것이 아닐까요?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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