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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공생, 벚나무

환경/숲해설사 이야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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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10]

즐거운 공생, 벚나무

 

 

  요즘 전국이 벚꽃으로 환한 옷을 입었지요. 아파트 단지, 도로, 공원은 물론이요, 멀리 보이는 산에도‘흐드러지게’피었는데요.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등 벚나무의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한때 저는 벚나무가 상당히 불편했는데요.‘왜 일본 나무를 우리나라에 저토록 많이 심었을까?’하는 생각에 말이지요. 그러나 식물을 공부하면서 그런 불편함은 사라졌습니다. 벚나무는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 아닌 겁니다. 중국, 일본, 한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자생하고 있지요. 그 가운데 유독 꽃이 크고 아름다운‘왕벚나무’의 고향이 제주도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 봉개동에는 천연기념물 159호로 지정된 왕벚나무가 자생하고 있어요. 왕벚나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발견된 나무랍니다.

 

  그런데 왜 벚꽃을 일본의 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요? 약 100여 년 전, 제주도에 왔던 어느 일본 상인이 자국에 자생하고 있는 산벚나무의 꽃과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아름다운 왕벚나무의 꽃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일본으로 가지고 가서 공원에 심었다고 해요. 다행히 벚나무는 잘 자라 주었고 일본 식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많은 후손들이 길러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왕벚나무는 외교 목적을 위해 선물로 활용하기도 하는 국익을 위한 소중한 꽃나무입니다. 일찍 꽃을 피워야 하는 운명을 가진 벚나무는 수정을 위한 곤충들이 필요하답니다. 이른 봄, 제법 쌀쌀한 날씨는 벌들의 활발한 활동을 방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꽃가루받이를 벌에게만 맡길 수 없어 부지런한 개미도 불러 모으지요. 개미를 불러 모으기 위해 꿀을 제공하죠. 그러나 염치있는 개미들은 꿀만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꿀을 얻은 대신 꽃가루받이는 물론이요, 보너스로 곤충들도 쫓아내주지요.

 

  벚나무가 꿀을 제공하는 방법은 재미있습니다. 개미들에게 줄 일용할 양식은 잎자루에 숨겨 놓았죠. 벚나무의 잎자루는 독특합니다. 긴 잎자루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잎과 연결된 잎자루상부에 혹을 만들어 놓았지요. 그 혹 속에는 개미들이 제일 좋아하는 꿀이 들어 있습니다. ‘밀선密腺’이라고 하는 혹 속의 꿀을 먹기 위해 개미들은 부지런히 벚나무를 오르내리죠. 혹 다른 곤충을 만나면 병정개미들이 나타나 무찌른답니다. 이러니 다른 곤충들은 벚나무에서 살 수가 없지요. 벚나무들의 잎들이 벌레가 침입한 흔적이 덜하고 튼실한 이유는 바로 개미들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벚나무는 개미와 공생하는 나무입니다. 공생은 서로 유익한 존재의 재확인이죠. 개미들에게 맛있는 꿀을 제공하고 나무는 해충으로 보호를 받으니 즐거운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지구상에는 공생관계를 이루는 식물들과 곤충, 동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 먹이를 제공함으로서 상대방을 통해 얻어내려는 고도의 전략인 거죠. 서로 윈윈하면서 공생하는 생명체들의 세계는‘give & take’의 질서가 있는 확실한 곳이랍니다.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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